Page 233 - 답문류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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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理)를 얻은 이후에야 건(健)·순(順)·인(仁)·의(義)·예(禮)·지(智)

                 의 성이 된다.” 라는 것은 《대학혹문(大學或問)》이고, “인물이 태어날
                 때 각기 부여받은 이(理)를 얻음으로 인하여 건순과 오상의 덕을 삼는

                 다.” 라는 것은 《중용장구(中庸章句)》이다.
                   이 두 조목은 모두 인과 물을 구분하지 않고 일례로 말한 것이니,

                 대략이라도 문리가 통한 자라면 처음부터 분변하기가 어렵지 않을 것

                 이다. 또 ‘얻어서 성으로 삼는다[得以爲性]’ 나 ‘얻어서 덕으로 삼는다
                 [得以爲德]’고 한 것은 모두 성성(成性) 이하에 속하고, 계선(繼善)

                 이상의 일이 아니다. 주자의 뜻은 분명히 인물의 성은 오상이 같다는
                 것이니, 어찌 다른 말이 있을 수 있겠는가?

                   유독 《맹자(孟子)》 〈생지위성장(生之謂性章)〉의 집주에서, “이(理)

                 로써 말한다면 인의예지의 순정한 것을 어찌 물(物)이 얻어서 온전히

                 할 수 있겠는가.” 라고 했으니, 여기가 인과 물을 구분한 곳이다. 그러


                    인물이……된다:《대학혹문(大學或問)》 경1장에 나온 말이다.
                    인물이……삼는다:《중용장구(中庸章句)》 제1장의 주에 나온 말이다.
                    얻어서 성으로 삼는다:《근사록집해(近思錄集解)》 권2 〈위학(爲學)〉에 다음과 같
                    은 말이 있다. 주희가 말하기를 “건의 양과 곤의 음은 천지의 기이니, 천지 사이에
                    가득하여 인(人)과 물(物)이 자뢰하여 형체로 삼았으므로 ‘천지 사이에 가득한 것이
                    나의 형체가 되었다.’고 말씀한 것이요, 건의 굳셈과 곤의 순함은 천지의 뜻이니,
                    기의 장수가 되어 인물이 얻어서 성으로 삼았으므로 ‘천지의 장수가 나의 성이 되었
                    다.’고 말씀한 것이니, 이를 깊이 살펴본다면 건을 아버지라 칭하고 곤을 어머니라
                    칭하여 혼합하여 천지의 중간에 있는 실제를 볼 수 있을 것이다.[乾陽坤陰, 此天地
                    之氣, 塞乎兩間而人物之所資以爲體者也. 故曰天地之塞, 吾其體, 乾健坤順, 此天地
                    之志, 爲氣之帥而人物之所得以爲性者也. 故曰天地之帥吾其性, 深察乎此, 則父乾
                    母坤混然中處之實, 可見矣.]”라고 하였다.
                    이(理)로써……있겠는가:《맹자(孟子)》 〈고자(告子)〉의 ‘생지위성(生之謂性)’에
                    대한 주희(朱熹)의 주(註)에 이르기를 “성(性)이란 사람이 하늘에서 얻은 바의 이
                    (理)이고, 생(生)이란 사람이 하늘에서 얻은 바의 기(氣)이니, 성(性)은 형이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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