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28 - 답문류편
P. 228
운데 이미 분수(分殊)가 포함되어 있다.’고 하니, 이른바 물이 더욱
깊어지는 것이다. 어찌 이것으로 도리어 옛 의론을 의심하는 것인
가? 그 죄가 반드시 많을 것이다.”라고 하였다.
내가 답하기를 “일(一)이면서 일찍이 분(分)이 없지 않고, 다르면서
일(一)에 해가 되지 않는 것은 바로 이(理)가 스스로 그런 것이다.
명(命)이 쉬지 않는 까닭과 성(誠)이 빠지지 않는 까닭이니, 나의 언변
과 재능으로 일시에 옮기거나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죄를 알 것이
다.’라는 말은 내가 감히 알 바가 아니지만, 내가 논의한 것은 옛 의론과
서로 상반된 것이지, 더욱 깊어지게 하는 것은 아니다. 내 말대로일
것 같으면 이(理)와 분(分)이 원융하여 이른바 ‘체(體)와 용(用)이 일
원이 되고 현(顯)과 미(微)가 간격이 없다.’ 라는 것이 되니, 동(同)
속에 이(異)가 있고, 이(異) 속에 동(同)이 있어서 동과 이를 논할
것이 없는 것이다.
물이……것이다:《맹자(孟子)》 〈양혜왕 하(梁惠王下)〉에 “만승(萬乘)의 나라를
가지고 만승(萬乘)의 나라를 정벌하였는데, 바구니에 밥을 담고 병에 장물을 담아
서 왕의 군대를 맞이함에 어찌 딴 이유가 있겠습니까? 수화를 피하기 위해서입니다.
만일 물이 더욱 깊어지며, 불이 더욱 뜨거워진다면, 또한 딴 곳으로 전향할 뿐입니
다.[以萬乘之國, 伐萬乘之國, 簞食壺漿, 以迎王師, 豈有他哉! 避水火也. 如水益深,
如火益熱, 亦運而已矣.]”라고 하였다.
체(體)와……없다:《주자대전》 권30 〈답왕상서서〉에서 “‘지극히 은미한 것은 이
(理)이며, 지극히 드러난 것은 상(象)이다. 체(體)와 용(用)은 근원이 하나이며,
드러남과 은미함에 간격이 없다.’고 하였습니다. 대개 이(理)로부터 말하면, 곧 체
에 나아가면 용이 절로 그 가운데 있으니, 이것이 이른바 ‘근원이 하나다.’라는 것입
니다. 상(象)으로부터 말하면, 곧 드러남에 나아가면 은미함이 여기에서 벗어날
수 없으니, 이것이 이른바 ‘간격이 없다.’는 것입니다.[其曰, ‘至微者理也, 至著者象
也. 體用一源, 顯微無間. 蓋自理而言, 則卽體而用在其中, 所謂一源也. 自象而言,
則卽顯而微不能外, 所謂無間也.]”라고 하였다.
228 답문류편 권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