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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은 오상(五常)의 이(理)인데, 오상을 도리어 기(氣)로 인한 성

                 (性)이라고 한다면 옳겠는가? ‘본연(本然)’이라고 말한 것은 ‘이제 비
                 로소 그렇다.’라는 말과 반대가 되니, 오상의 덕은 ‘지금에만 그런 것이

                 아니라’  본래가 이미 그런 것이므로 ‘본연’이라고 말한 것이다.
                   만약 먼저 분(分)이 없는 일(一)이 있다가 뒤에 기(氣)로 인한 분

                 (分)이 생긴다면, 이는 본래 그렇지 않다가 이제야 그런 것이다. 그런
                 데도 오히려 다시 오상을 본연이라고 한 것은 무엇 때문인가? “천명이


                 본연이 되고, 오상은 기질이 된다”-수암(遂菴) 권상하(權尙夏) 가 운운한 것

                 에 대해 남당(南塘) 한원진(韓元震) 이 ‘이 말씀은 저의 삼층설 과 같습니다.’고 했
                 다.-라는 말도 한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말이 안 되는 것이다. 하늘이




                    지금에만……아니라:《시경(詩經)》 〈주송(周頌)〉 ‘민여소자지십(閔予小子之什)’
                    에 “유독 이곳에만 가색(稼穡)하는 일이 있는 것이 아니요, 유독 지금에만 풍년의
                    경사가 있는 것이 아니다. 옛날부터 이와 같았다.[匪且有且, 匪今斯今, 振古如玆]”
                    라고 하였다.
                    권상하(權尙夏):1641~1721. 자는 치도(致道), 호는 수암(遂菴)·한수재(寒水齋),
                    본관은 안동(安東)이다. 아버지는 집의 권격(權格)이며, 동생은 우참찬 권상유(權
                    尙游)로 서울 출신이다. 송준길(宋浚吉)·송시열(宋時烈)의 문인이다. 이이·송시열
                    로 이어지는 기호학파의 정통 계승자이며, 인물성동이논쟁(人物性同異論爭)인 호
                    락논변(湖洛論辨)이 일어나게 되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저서로는 《한수재집(寒水
                    齋集)》·《삼서집의(三書輯疑)》 등이 있다.
                    한원진(韓元震):1682~1751. 자는 덕소(德昭), 호는 남당(南塘), 본관은 청주(淸
                    州)이다. 아버지는 통덕랑 한유기(韓有箕)이며, 어머니는 함양 박씨(咸陽朴氏) 숭
                    부(崇阜)의 딸이다. 권상하(權尙夏)의 문인으로 강문팔학사(江門八學士) 중 한 사
                    람이다. 호락논쟁(湖洛論爭)에서 호론(湖論)인 인물성이론(人物性異論)을 주장한
                    대표적 인물이다. 저서로는 《남당집(南塘集)》이 있으며 1741년(영조17) 저술한
                    《주자언론동이고(朱子言論同異攷)》는 송시열과 권상하를 거쳐 50년 만에 완성된
                    한국 성리학 사상의 거작이다.
                    삼층설(三層說):한원진(韓元震)의 ‘성삼층설(性三層說)’을 말한다. 곧 성을 상층
                    성(上層性, 太極)·중층성(中層性, 五常)·하층성(下層性, 善惡之性)으로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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