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10 - 답문류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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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로, 이일(理一)이라는 곳에 이르러서는 ‘일이관지(一以貫之)’ 한
구절이면 충분한 것이다. 《주역》의 괘효단상(卦爻彖象)은 모두가 분
수상의 이야기요, 이일(理一) 이라는 곳에 이르러서는 ‘태극이 양의를
낳는다[太極生兩儀]’라는 말이 이미 넉넉한 것이다.
후세에 이르러 사람의 식견과 사려가 더욱 내려가자, 후현(後賢)이
사람들을 위한 뜻이 더욱 긴박해져서 반드시 분수가 밝아지기를 기다
려서야 이(理)가 절로 하나이게 되니, 대개 막연하여 끝이 없게 되었
다. 또 뜻은 원만해도 말은 막히게 되고, 뜻은 넓지만 말이 좁기 마련이
다. 형세상 적당한 구절로 두 가지를 모조리 말할 수가 없어서 이내
이일분수(理一分殊)란 말을 취하여, 항상 쌍관(雙關)으로 말해 갔다.
혹은 이기(理氣)로 쌍관을 나누었고, 혹은 천명품수(天命稟受)로 쌍관
을 나누었으며, 혹은 일원이체(一原異體)로 쌍관을 나누어 말하여, 매
양 동(同)의 한쪽을 위의 일단에 붙이고, 이(異)의 한쪽을 아래의 일단
에 붙였으니, 대저 위의 일단은 바로 부자(夫子)가 말한 태극(太極)
이나 일관(一貫) 의 뜻이고, 아래의 일단은 부자가 말한 형이상하(形
而上下)의 말이다.
부자가 두 곳에서 말한 것과 후현이 일시에 함께 들어서 말한 것은
배우는 자로 하여금 그 원위(源委, 본말)를 알게 하고 피와 차를 서로
뚜렷하게 하여 갔다 왔다 하는 사이에 본체를 환히 알게 하려는 것이
태극(太極):《주역(周易)》 〈계사전 상(繫辭傳上)〉에 “그러므로 역(易)에 태극이
있으니, 태극이 양의를 낳고 양의가 사상을 낳고 사상이 팔괘를 낳는다.[是故, 易有
太極, 是生兩儀, 兩儀生四象, 四象生八卦.]”라고 한 공자의 말을 가리키는 듯하다.
일관(一貫):일이관지(一以貫之)의 준말이다. 《논어》 〈이인(里仁)〉에서 공자가
증자를 불러 “우리의 도는 하나의 이치로 전체를 꿰뚫고 있다.[吾道一以貫之]”라고
하자 증자는 “예”라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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