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05 - 답문류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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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것이다. 애초 이(理)를 따라 내려가서 한 가지를 첨가한 뒤에

                 바야흐로 분이 이루어지고, 분을 거슬러 올라가다가 일보(一步)를 초
                 월하여 바야흐로 이(理)라고 일컬어지는 것은 아니다.

                   주자(朱子)의 두 구절의 말이 있어 가장 분명하여 알기 쉬우니, “태
                 극이란 상수(象數)가 아직 형체를 갖추지 않았지만 그 이(理)는 이미

                 갖추고 있다는 말이고[太極者, 象數未形而其理已具之稱],-바로 도해(圖
                 解)에서 말한 ‘충막무짐(冲漠無眹)하면서 동정과 음양의 이치가 모두 그 속에 갖추어져

                 있는 것’이다.- 형기(形器)가 이미 갖추어졌지만 그 이(理)는 조짐이 없음

                 을 지목한 것이다.[形器已具, 而其理無眹之目]”-바로 도해에서 말한 ‘동정이
                 때가 같지 아니하고 음양이 위치가 같지 않으나 태극이 있지 않은 데가 없는 것’이다.-

                 라고 했으니, 무릇 상수(象數)가 아직 형체를 갖추지 않았으면 깨지지

                 않은 일(一)이요, 그 이(理)가 이미 갖추어졌다면 분(分)이 이미 담겨
                 진 것이 아닌가? 형기가 이미 갖추어졌다면 이미 정해진 분인데, 그

                 이(理)가 조짐도 없다면 일(一)이 자재한 것이 아니겠는가?
                   형기에서 분리되어 있지 않으면서도 형기에 섞이지 않은 것을 잘

                 보는 사람은 형기에 나아가서 알아내는 것에 방해받지 않는다. 이것이
                 이른바 ‘태극의 본체’이니, 여기에서 본 바가 있다면 이(理)와 분(分)이

                 대치를 하거나 서로 구애되는 물건이 아니란 것과 이기와 오행, 남녀와

                 만물이 각기 한 가지 성을 지닌 것이 바로 일 태극의 본색이란 것은
                 변설을 기다릴 것 없이 스스로 분명해질 것이다.

                   진실로 이와 분을 두 가지로 나누어진 일처럼 본다면, 일(一)과 수

                 (殊)의 상반됨이 마치 빙탄(冰炭)처럼 될 것이요 그 멀어짐이 천연(天
                 淵)처럼 될 것이어서, 층급이 멋대로 생겨나 각기 한 자리를 점유하고

                 서 본연이라고 할 것이니, 동이의 의론이 분분하게 일어날 수밖에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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