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00 - 답문류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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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의가 이미 뚜렷합니다. 그러나 곡절의 정미한 데를 다 알지 못한

             것이 있어서 이에 감히 제 뜻대로 해석했으니, 바로잡아 주시기를 바
             랍니다.

               천명(天命)이 유행함은 다만 일반인 것이니 이것이 이른바 동(同)이
             요, 기(氣)에 갖추어져 있는 것은 편전이 없을 수 없으니 이른바 이(異)

             입니다. 이(理)는 선후나 영축(盈縮)이 없기 때문에 충막무짐(冲漠無
             眹)하고, 만상(萬象)이 삼연(森然)하게 이미 갖추어져 있으며, 만상이

             생겨날 때 각기 하나씩의 태극을 갖추고 있으니, 같은 것을 가지고

             홀로 원융하다고 해서도 안 되고, 다른 것을 가지고 원융하지 않다고
             해서도 안 된다고 봅니다. 그래서 ‘동이가 원융함을 천이라 한다[同異

             圓融是曰天]’는 것입니다.

               천(天)이란 태극이니, 태극의 이(理)를 일본(一本)의 관점에서 논
             하자면 일(一)은 이미 만(萬)을 담고 있고, 만수(萬殊)의 관점에서

             논하자면 만은 일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때문에 ‘흩어져 다른 것에서
             일원이 그러함을 믿겠네.[散殊方信一源然]’라고 한 것입니다.

               오상(五常)은 성(性)이지만, 형체가 이미 생기면 기(氣)에 국한됨
             이 없지 않으므로 정자가 말하기를 ‘성을 말하자마자 바로 이미 성이

             아니다.[才說性時, 便已不是性]’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오상을 본래부

             터 있는 것이라고 말하지 말라.[五常莫曰本來有]’라고 했습니다. 그러
             나 그 이(理)는 태극이니, 혼연한 전체로, 처음에는 텅 비어 일법(一

             法)도 없다가 형체를 이룬 뒤에 안배를 해서 나온 것이 아닙니다. 그래

             서 ‘태극은 현묘한 것에서 도출된 것이 아니다.[太極非由挑出玄]’라고
             한 것입니다.

               사람이 기(氣)의 바르고 통한 것을 얻었으므로 그 품부받은 이(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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