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97 - 답문류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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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원래 있는 분수는 본래 면목이 이와 같은 것이지, 이 권(圈)
의 외에 다른 권이 있는 것이 아니다.
얼마간 형기(形器)를 따라 결과(結裹)하면 또 다만 이런 물사(物事)
일 뿐이지, 반푼도 더해지거나 덜해지지 않는다. 때문에 주자가 물성의
치우침을 논하면서 ‘온전하다고 말할 수도 있고, 치우치다고 말할 수도
있다.’라는 말을 했는데, 주자의 이 말이 만약 지금 사람의 입에서 나왔
다면, 듣는 사람이 반드시 크게 웃으며 모호하여 익혀 놓은 사슴 가죽
같다고 여길 것이다. 이는 자기에게 이(理)를 보는 안목이 없어서 그런
것이다. 안목이 있는 사람이 본다면 반드시 팔자(八字)로 숨김없이
열려 다시 남은 내용이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비록 하늘이 부여한 바가 그렇다고 할지라도 어찌 만물(萬
物)이 일원(一原)이라는 것에 해로울 것이 있겠는가? 비록 ‘물(物)이
품수받은 바가 그렇다.’고 할지라도 어찌 그 본연을 잃었다고 할 수
있겠는가? 이(理)는 온전치 않은 이(理)가 없겠지만, 물이 이런 이
(理)를 품수받은 것으로부터 말하자면 모두 온전할 수는 없다. 그래서
주자의 의론이 과연 검을 좌우로 찬 것과 같은 점이 있으니, 이것이
우리나라에 호락설(湖洛說) 이 생긴 근본이다. 정자(程子)가 말하기
를, ‘사람은 미루어 넓힐 수 있고, 물은 미루어 넓힐 수 없다.[人則能推,
物不能推]’ 라고 했는데, 다만 이 한마디의 말이 바로 이(理)는 온전하
지만 물은 온전할 수 없다는 묘맥(苗脈)이다.
호락설(湖洛說):인물성동이론(人物性同異論)을 말한다. 인성(人性)과 물성(物
性)이 같다는 설을 주장한 쪽을 낙학(洛學) 또는 낙론(洛論)이라 하고, 다르다는
설을 주장한 쪽을 호학(湖學) 또는 호론(湖論)이라고 한다.
사람은……없다:《이정전서(二程全書)》에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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