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04 - 답문류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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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량사의〉 시 2절 붙임

             〈納凉私議〉 幷詩二絶





             여러 학자들이 말한 인물지성(人物之性)은 그 귀결은 비록 다를지라

             도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 가려진 것은 매한가지이다. 어째서 가려진
             것이 한가지라고 말하는가? 가려진 데가 이(理)와 분(分)을 서로 분

             리한 데에 있다. 어째서 이(理)와 분을 서로 분리하였는가? 여러 사

             람의 뜻을 살펴보면 한결같이 모두가 이(理)를 분이 없는 물건으로
             삼고 여기고, 분을 기로 인해 있게 된 것으로 생각하여, 이일(理一)

             을 형기를 떠나 있는 자리에 한정시키고, 분수(分殊)를 형기에 떨어

             진 뒤에다 국한시키고 있다.
               이에 이(理)는 이대로 있고 분(分)은 분대로 있어서 성명(性命)이

             횡결(橫決, 단절)되고, 성명이 횡결됨으로써 성(性)을 논함이 비로소
             천하에 분열하게 된 것이다. 나처럼 천박한 사람이 들은 바로는 분이란

             이일(理一) 속의 세조리(細條理)이니, 이와 분이 층절이 있을 수 없는
             것이다. 분은 이의 대(對)가 아니요, 분수 두 자가 바로 일(一)을 대

             (對)한 것이다. 이(理)는 만수(萬殊)를 담고 있기 때문에 일(一)이라

             고 말하니, 그 실상은 ‘일물(一物)’이란 말과 같은 것이다.
               수(殊)란 참으로 다른 것이 아니기 때문에 ‘분수(分殊)’라고 하는

             것이니, 다른[殊] 점은 다만 그 분한(分限)임을 말한 것이다. 한 구절

             에 두 가지 말이 서로 연관되어 뜻을 이루고 있으니, 한 가지라도 제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일(理一)을 말할 때 분이 이미 담겨 있음

             을 알 수가 있고, 분수를 말할 때 이미 일(一)이 자재한 것을 볼 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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