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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권신원(權信元)은 ‘충막만상(沖漠萬象)’ 한 단락에 대해 끝내
믿지 않았습니다. 왜 그랬을까요?-황석진-
信元於沖漠萬象一段, 終未信得及云云。【黃錫進】
[답] 우선 논변을 정지하고, 다시 자기의 마음에 나아가 체인하고
익숙하게 탐색하여 참으로 ‘충막만상’이 헛된 말이 아닌 것을 알게 된
뒤라야, 성현의 허다한 도리가 모두 그 본래의 종자를 추심한 것이
요, 허망하게 만들어내어 붙이고 안배한 것이 아니란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주자가 〈임덕구(林德久)에게 준 편지〉 를 전에 이미 보셨
을 것으로 생각합니다만, 그 말씀이 마치 오늘날 신원의 이런 의론이
있을 것을 미리 알고 말씀했던 것 같아서 윤경(允敬)으로 하여금 베
껴 가게 하였습니다.
네 가지가 성(性)의 체(體)가 된다는 말을 들으면 문득 이 네 덩어리
의 물건이 실제로 있어서 그 사이에 뭉쳐져 있는 양 의심하는데, 이
는 모두 잘못 본 것이다. 성(性)의 체(體)됨은 이 네 가지에서 떠나
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하며, 이 네 가지는 또 형상(形象)과 방소
(方所)가 있어서 집거나 만질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알아야만 한다.
황석진(黃錫進):1799~1865. 자는 성의(聖儀), 호는 정재(靜齋), 본관은 우주(紆
州)이다. 김제(金堤) 출신으로, 아버지는 만구(萬垢)이다. 1818년(숙조18)에 송치
규(宋稚圭)에게서 《격몽요결(擊蒙要訣)》을 배운 후 독학하였으며, 1874년(고종11)
에 홍직필(洪直弼)에게 성리에 대해 수학하였다.
임덕구(林德久)에게 준 편지:《주자대전(朱子大全)》 권61에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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