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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의 물음에 답한 글 3조목 붙임
答人問三附
[문] 어떤 사람이 물었다. 대개 듣자하니 이(理)는 본래 하나인데,
기(氣)가 가지런하지 않음으로 인하여 기(氣)를 타고 변화하여 비로
소 만리(萬理)가 생긴다고 하는데 맞습니까?
有問者曰 : 蓋聞理本一, 因氣有不齊, 乘之變化始生萬理, 信乎?
[답] 그대의 말이 그럴듯하나, 다만 소위 ‘일(一)’이라는 것이 결국
어떤 것인지를 모르고 있다. 내가 일찍이 듣건대, 이(理)란 영축(盈
縮)도 없고 선후(先後)도 없다. 일리(一理)라고 해서 부족한 것이 아
니고, 만리(萬里)라고 해서 많은 것이 아니니, 이것을 일러 ‘영축이
없다.’고 한다. 이 물(物)이 있다고 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이
물(物)이 없다고 해서 없는 것이 아니니 이것을 일러 ‘선후가 없다.’
고 한다. 이것을 알면 소위 ‘일(一)’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사람은 일(一)이지만 힘줄‧뼈‧털‧살갗이 각각 갖춰진 뒤에야 바야
흐로 한 사람이 되고, 나무는 일(一)이지만 뿌리‧줄기‧가지‧잎새가
각각 갖춰진 뒤에야 장차 한 그루의 나무가 된다. 저 형기(刑器)도
오히려 그러한데, 하물며 무형(無形)에 있으면서 만유(萬有)의 본령이
되는 것에 있어서랴! 그러므로 ‘충막무짐(冲漠無眹)한 가운데 만상이
빼곡이 갖추어져 있다.’ 라고 하는 것이다. 만상(萬象)을 생출(生出)
하게 되면 여전히 하나의 본상(本相)을 성취한 것이다. 그러므로 ‘만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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