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4 - 답문류편
P. 174
이 곧게 행해지지 못하는 것은 혹 엄폐되고 격탕되고 요동치기 때문
이다. 천물(天物) 도 가려지고 막히고 요동쳐서 요절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상천(上天)은 무심하여 그 자질에 따라 도움을 주기 때문에 이 이
(理)가 곧게 행해지지 않음이 없다. 그러나 인사(人事)는 그렇지 않아
서 한 개인의 사심으로 천물(天物)을 더하고 덜기 때문에, 이에 이(理)
가 곧게 행해지지 못하는 경우가 비로소 많게 된다.
인(仁)이 곧게 행해지지 못하여 탐린(貪吝)이 되고, 의(義)가 곧게
행해지지 못하여 잔인(殘忍)이 되고, 예(禮)가 곧게 행해지지 못하여
아첨(阿諂)이 되고, 지(智)가 곧게 행해지지 못하여 사휼(邪譎)이 된
다. 그것이 선(善)에 해롭기 때문에 선의 원수라고 해도 되고, 그것이
선(善)에 근본하기 때문에 선의 얼손(孼孫)이라고 해도 된다. 이에
과연 이 이치 말고 별도의 근저가 있겠는가?
曰 : 善乎! 其問之也。 不善者, 善之不直遂者也。 不善亦安有別根
곧게……것이니:원문의 ‘직수(直遂)’라는 말은 《주역(周易)》 〈계사전 상(繫辭傳
上)〉에서 “전일하지 않으면 곧게 수행하지 못하고, 모으지 않으면 발산할 수 없
다.[不專一則不能直遂, 不翕聚則不能發散.]”라고 한 정자(程子)의 소주(小註)에
나온다. 〈계사전 상〉 제6장에 “건(乾)은 정함이 전일하고 동함이 곧기 때문에 큼이
생겨나며, 곤(坤)은 정함이 합쳐지고 동함이 열리기 때문에 넓음이 생겨난다.[夫
乾, 其靜也專, 其動也直, 是以大生焉. 夫坤, 其靜也翕, 其動也闢, 是以廣生焉.]”라
고 하였다.
천물(天物):조수(鳥獸), 초목(草木) 등 대자연의 모든 산물(産物)을 총괄하여 이
른 말이다. 《서경(書經)》 〈무성(武成)〉에 “하늘이 내린 물건을 함부로 버리며, 증
민들을 해치고 포학하게 하며, 천하에 도망한 자들의 주인이 되어 마치 못과 숲에
모이듯 한다.[暴殄天物, 害虐烝民, 爲天下逋逃主, 萃淵藪.]”라고 하였다.
174 답문류편 권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