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3 - 답문류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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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기홍연-



                 善惡皆天理, 而惡之歸咎於氣云云。【奇弘衍】



                 [답]  논한 바가 비록 항목이 많지만 대저 이기(理氣)를 양단(兩端)

                 으로 본 병폐가 있다. 이 때문에 서로 강약승부(强弱勝負)가 되는 것
                 이니, 많이 막히는 것도 당연하다.

                   이제 우선 하나의 이(理) 자는 내버려두고 다만 하나의 기(氣) 자만

                 살펴보자. 천지가 생겨나기 전과 생겨난 후의 크고 작은 일들이 모두
                 기(氣)이니, 어디에 따로 이(理)라고 일컬을 만한 물건이 있겠는가?

                 모름지기 이것은 그러한 것에 불과하며 반드시 ‘소이연(所以然)’이 있

                 다는 것을 알아야 하니, 이것을 이(理)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선악이
                 비록 같지 않을지라도 어찌 소이연이 없이 그럴 리가 있겠는가? 이

                 때문에 선악을 모두 천리(天理)라고 말하는 것이니, 악(惡)도 성(性)
                 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비록 그러하나 그 속에 나아가 깊이 탐구하여 말하자면, 선은 그
                 본연이다. 악을 기(氣)에 허물을 돌린 것은 악(惡)도 천리에서 나왔다

                 는 것을 모르지는 않으나, 그 말의 뜻이 마치 ‘본연이 아니다.’라는 말과

                 같다. 유배와 사형의 죄를 기(氣)에다 씌우려는 것은 아니지만, 조화가
                 본래 이러하니 어디에 원통함을 호소하겠는가?

                   물을 쳐서 이마 높이를 지나게 할 수도 있고, 산 위에 흐르게 할

                 수도 있지만,  또한 이(理) 밖의 일이 아니니, 기(氣)가 이(理)의



                     물을……있지만:원문의 ‘과상재산(過顙在山)’은 《맹자(孟子)》 〈고자 상(告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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