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8 - 답문류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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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없다는 이유는  증언의 이치가 정직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그가
             증언한 바가 자신의 아비였기 때문이다. 중자(仲子)가 거위고기를 먹

             지 않은 것이 청렴할 수 없는 이유는  먹지 않는 이치가 청렴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그가 먹지 않은 것이 자신의 어미가 해 준 음식이었
             기 때문이다.

               그러나 본디 정직의 이(理)가 없었다면 훔친 양을 증언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요, 본디 청렴의 이(理)가 없었다면 거위고기를 토해내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이로 말미암아 미루어 보건대, 일이 선(善)하지

             못해도 이(理)의 본선(本善)에 해가 되지 않을 수도 있고, 기(氣)가
             작용해도 이(理)가 주재(主宰)가 되는 데 해가 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一本萬殊者,  蓋理雖一而一便有萬殊,  以萬殊而言,  則在天地爲天

             地之理, 在人物爲人物之理。 草木之理不可硬作禽獸之理,  禽獸之
             理不可硬作吾人之理,  吾人之理不可硬作天地之理,  井井有條理,





                 섭공(葉公)이……이유는:양을 훔친 아비를 자식이 증언한 일을 말한다. 《논어
                (論語)》 〈자로편(子路篇)〉에 나온다. 섭공이 공자(孔子)에게 말하기를 “우리 마
                을에 정직한 사람이 있는데, 그 아비가 양을 훔치자 아들이 이를 증언하였습니다.
                [吾黨有直躬者, 其父攘羊, 而子證之.]”라고 하자, 공자가 “우리 마을의 정직한 자
                는 이와 다르다. 아비는 자식을 위해 숨기고 자식은 아비를 위해 숨기니, 정직함이
                그 가운데 있다.[吾黨之直者, 異於是. 父爲子隱, 子爲父隱, 直在其中矣.]”라고 하
                였다.
                 중자(仲子)가……이유는:중자는 전국 시대 제(齊)나라의 은사인 진중자(陳仲
                子)를 말한다. 그는 모친이 요리한 거위고기와 형의 저택을 불의(不義)하다고 여
                겨 모두 거절하였다. 이에 대해 맹자는 인륜을 돌아보지 않고 소소한 결벽만을
                고집한다고 비난하였다. 《맹자(孟子)》 〈등문공 하(滕文公下)〉에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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