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6 - 답문류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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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는 천지의 이(理)가 되고, 인물에 있어서는 인물의 이(理)가 되
는 것이다. 초목의 이(理)가 문득 금수의 이(理)가 될 수 없고, 금
수의 이(理)가 문득 우리 사람의 이(理)가 될 수 없으며, 우리 사람
의 이(理)가 문득 천지의 이(理)가 될 수 없어, 정연하게 조리가 있
어서 서로 어지러울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이른바 이일(理一)이란 것은 대개 일본만수의 묘(妙)로써
있지 않은 곳이 없으며 모두 선(善)을 주장하는 것이다. 이것은 곧
일(一)일 뿐이다. 천지만물을 합하여 다만 이 체단(體段) 일 뿐이니,
다만 일사(一事) 일물(一物)이라도 또한 이 체단이다.
이(理)가 이(理) 되는 것은 다만 하나의 ‘일본만수’의 뜻이니, 만물
을 합쳐서 말하자면 일본(一本)이란 통체의 태극이요, 만수(萬殊)란
만물이 흩어져 다른 것이다. 일물에 나아가 말하자면 일본이란 각기
갖추고 있는 하나의 태극이요, 만수란 일물 속의 세조리(細條理)이다.
물(物)로써 말하면, 비록 만(萬)과 일(一)로 나누어 말하지만, 이
(理)로써 말하면 만물이 일물이요 일물이 만물인 것이다. 그러나 이른
바 ‘만수’란 것이 태극의 밖에 있는 것이 아니니, 또한 말로써 뜻을
해쳐서는 안 된다.
이기(理氣)가 서로 주장을 한다는 의심에 대해서는 또한 변별하기가
문득:원문의 ‘경(硬)’ 자는 오기인 듯하여 ‘변(便)’으로 바로잡아 해석하였다.
체단(體段):사물의 형상이나 모습, 곧 체성(體性)을 말한다. 《맹자(孟子)》 〈공
손추 상(公孫丑上)〉의 ‘호연지기(浩然之氣)’에 대한 주희의 주(註)에 “지극히 크
다는 것은 애당초 한량이 없는 것이요, 지극히 굳세다는 것은 굽히고 흔들릴 수
없는 것이다. 이는 천지의 정기로써 사람이 이를 얻어 태어나는 것이니 그 체성(體
性)이 본래 이와 같다.[至大則初無限量, 至剛則不可屈撓, 天地正氣, 人得以生者,
其體段本如是也.]”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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