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6 - 답문류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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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하는가? 그 실상은 꽉 차 있어서 실오라기 하
나의 빈틈도 없는 것이 모두 유기(游氣)이다.
朱子曰 “游氣紛擾, 如磨中出者,” 君以地上之空爲空無一物耶? 其
實則逼塞充滿, 無一線孔隙, 皆游氣也。
[문] 경련(景鍊)이 묻길 “‘이(理)와 기(氣)는 떨어질 수 없다.’는 것
은 반드시 ‘뒤섞일 수 없다.’로 말해야 하는가?”라고 하기에 제가[錫
龜]가 답하기를 “기(氣)는 질(質)이 있고, 이(理)는 본래 형체가 없
다. 이미 그 형체가 없으니 장차 그 이(理)를 말할 때 어찌 일찍이
떨어진 적이 있을 것이며, 그것이 뒤섞인다고 말하려고 해도 어디에
뒤섞임이 있겠는가? 이른바 ‘떨어질 수 없다.’라는 것은 뒤섞인다는
말이 아니요, 이른바 ‘뒤섞일 수 없다.’라는 것은 각립(各立)한다는
말이 아니다. 이(理)와 기(氣)는 항상 떨어질 수도 없고 또한 뒤섞일
수도 없다.”라고 했습니다. 어떻습니까?-김석귀-
景鍊曰 “理與氣不離處, 必以不雜言之耶?” 錫龜曰 “氣則有質, 理
本無形。 旣無其形, 則將言其理, 何嘗有離, 欲言其雜, 何所有雜?
응결하여 형질을 이루는 것은 인물의 만 가지 다름이 생겨나게 되는 이유이고,
음양이 추이(推移)해서 순환하여 다하지 않는 것은 천지의 대경(大經)이 바로
서는 까닭이니, 떠돌아다니는 기운이 어지럽게 뒤섞임은 위(緯)이고 음양이 순환
함은 경(經)이다.[游氣雜揉, 凝而成形者, 人物萬殊所以生也. 陰陽推移, 循環無窮
者, 天地大經所以立也. 游氣紛擾, 緯也. 陰陽循環, 經也.]”라고 하자, 주희는 “음
양의 순환은 맷돌과 같고, 떠돌아다니는 기운이 어지럽게 뒤섞임은 맷돌 가운데서
나오는 가루와 같다.[陰陽循環如磨, 游氣紛擾如磨中出者.]”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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