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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어진 기의 운동 변화만을 인정하는 리존무대(理尊無對)의 리 중심의
리기론 체계를 구성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입장은 이후 거듭된 학문적
숙고를 거쳐 만년에 저술된 〈외필〉로 구체화되었다. 아울러 그는 율곡
의 리통기국설(理通氣局說)에 대한 리 중심의 이해를 담은 〈리통설〉,
필연의 이치로서 리를 강조한 〈답인문〉 등 일련의 저작을 통해 리 중심
의 리기론을 보다 명증하게 제시하였다.
이 밖에도 기정진은 율곡의 리기론을 매개로 사단칠정논쟁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구체화한 〈우기〉, 형질기질에 대한 체계적 인식을 도모
한 〈형질기질설〉 등을 저술하였다. 이러한 저술도 기본적으로는 문인
들과의 문답이 계기가 되었으며, 문답에 따른 일련의 저술은 문답을
직접 나눈 문인은 물론이거니와 해당 주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주변
문인들에게 그의 성리학적 입장을 확인하는 자료로 활용되었다. 물론
그의 저술을 열람하지 못한 일부 문인들은 그의 성리학적 입장을 확인
하지 못한 상태였고, 그의 학문 요체를 확인하고자 하는 문인들에게
그의 문답과 저술을 체계화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기에 대한 리의 철저한 주재를 주장하면서도 기정진은 리기일체(理
氣一體)로서의 현실 세계에 대한 관심을 방기하지 않았다. 자칫 공허한
것으로 비칠 수 있는 근원적 원리이자 현상의 도덕 근원인 리와 리의
주재를 강조하면서도 그러한 리의 실재를 현실 세계에서 확인하였으
며, 리의 주재가 반영된 도덕 실천의 세계를 구성하고자 하였다. 특히
그는 제자를 가르치고 문답을 주고받으면서 리기론과 같은 고답적인
학문에 매몰되는 것을 경계하였다. 문인들과의 강학 과정에서 그는
학문함에 있어 그 단계를 아주 엄하게 하였으며, 절도를 모르면서 입으
로만 성리를 담론하는 것을 당시 유자(儒者)들의 큰 근심이라고 일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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