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4 - 답문류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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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가지 뜻을 모두 밝혔으니, 후학을 위해 분란을 해결해 준 것이 크다.

             이 때문에 서산(西山) 이 그 묘(妙)를 찬탄한 것이다.-탄 바가 있는 것이
             니 동(動)하지 않은 것이 아니요, 기(機)라고 말했으니 스스로 동(動)한 것이 아니다.-

               모름지기 ‘승(乘)’ 자는 마치 말안장에 앉는 것과 같다는 말이지,
             뛰어올랐다는 말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이것은 혼연히 한 몸이 된

             곳이요, 대략 상하로 나누어 사람들에게 보여 준 말이며, 추호의 기력
             도 범하지 않았다.

               지금 사람들이 말하는 ‘승(乘)’은 마치 위에는 사람이고 아래는 말이

             어서 애초에 서로 상의도 없고 남북동서에 막연히 주장이 없다가 홀연
             히 마필이 앞에 당도한 것을 보고 뛰어올라 타고 가는 것과 같으니,

             주자의 뜻과는 거리가 멀다.

               ‘소승(所乘)’이라고 하면 원래 타고 있는 말이 있는 것이어서, 앉으
             면 반드시 땅을 깔고 앉아 있듯이 서로 떨어질 수 없는 것이다. ‘탔다’고

             하면 마치 이광(李廣) 이 호아(胡兒)의 말에 올라탄 것과 같아서 날
             쌔고 용맹스럽지 않은 것이 아니지만, 말을 만나기 전에는 필시 보행을

             면치 못할 것이니, 그 어세(語勢)를 분별하기가 어렵지 않다. ‘기기(氣
             機)가 동한다.’고 하지 않고 ‘태극이 동한다.’고 하였으니, 다만 이 한





                 서산(西山):채원정(蔡元定, 1135~1198)을 말한다. 채원정의 자는 계통(季通)
                이며, 주희의 제자로 서산 선생(西山先生)으로 불린다. 부는 채발(蔡發)이며, 자
                식으로 채연(蔡淵)과 채침(蔡沈)이 있다. 저서로 《율려신서(律吕新书)》와 《서산
                공집(西山公集)》 등이 있다.
                 이광(李廣):?~B.C.119. 중국 전한 시대의 문제(文帝)·경제(景帝)·무제(武帝)
                때의 명장이다. 흉노를 토벌하여 많은 전공을 세웠으나 끝내 제후로 등용되지 못하
                다가, 대장군 위청(衛靑)의 문책을 받고 자결했다. 《사기(史記)》에 〈이장군열전
                (李將軍列傳)〉이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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