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0 - 답문류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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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신 것이다. 비록 사물의 거친 형적(形迹)인 구름이 지나가고 비가

             내리며,  솔개가 날고 물고기가 뛰노는 것일지라도 말만 하면 곧 도
             (道)를 밝히는 것들이었다.

               그러나 지금 사람들은 도리(道理) 두 글자를 모호하고 불가사의한
             곳으로 내몰아 버리고, 조금만 발현하고 밝게 드러난 면이 있으면 일체

             기(氣)에 귀속시켜 버리니, 이런 사람은 이기(理氣)를 아는 사람이
             되고, 이렇지 않은 사람은 이기를 모르는 사람이 된다.

               비록 허명과 지나가는 말로 도(道)를 말하고 이(理)를 말하지만,

             사실은 기(氣)가 이(理)의 자리를 빼앗아 만사의 본령이 될 따름이다.

             이렇게 되면 천하에 다시 피음사둔(詖淫邪遁) 이 없을 것이며, 전도

             (顚倒)되고 창피(昌披) 한 무슨 일인들 일어나지 않겠는가?
               설사 미력이나마 바로잡으려고 해도 저들은 필시 “전현(前賢)도 일
             찍이 이렇게 말하였다.”고 할 것이며, 어린 학생들도 하나같이 나를




                를 도(道)라고 한다. 도를 이어 가는 것을 선(善)이라 하고, 도를 이룬 것을 성(性)
                이라 한다. 이것을 어진 자가 보면 인(仁)이라 하고, 지혜로운 자가 보면 지(智)라
                고 한다. 백성들은 날마다 이를 사용하면서도 알지 못하기 때문에, 군자의 도를
                아는 이가 드문 것이다.[一陰一陽之謂道. 繼之者善也, 成之者性也. 仁者見之謂之
                仁, 知者見之謂之知. 百姓日用而不知, 故君子之道 鮮矣.]”라고 하였다.
                 구름이……내리며:《주역(周易)》 〈건괘(乾卦)〉 단사(彖辭)에 “구름이 행하고 비
                가 내리자, 만물이 각각 자기 모습을 갖추고 활동하기 시작한다.[雲行雨施, 品物流
                形.]”라고 하였다.
                 피음사둔(詖淫邪遁):편벽되고 방탕하고 사벽(邪辟)되고 도피하는 말로, 부정
                (不正)하고 옳지 못한 학설을 말한다. 《맹자(孟子)》 〈공손추 상(公孫丑上)〉에
                “편벽된 말에서 그 가린 바를 알며, 방탕한 말에서 그 빠진 바를 알며, 사벽(邪辟)
                한 말에서 그 괴리된 바를 알며, 도피하는 말에서 그 궁한 바를 안다.[詖辭知其所
                蔽, 淫辭知其所陷, 邪辭知其所離, 遁辭知其所窮.]”라고 하였다.
                 창피(昌披):방자(放恣)하고 어지러운 모양으로, ‘창피(猖披)’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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