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6 - 답문류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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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파리 에 불과할 뿐이다.
오호라, 가련하도다. 그 원인을 찾아보면 ‘승(乘)’ 자에서 그 본지(本
旨)를 잃은 것에 근원하여 점차 이(理)가 경시되고 기(氣)를 중시하게
되었으며, 곧장 기(氣)가 이(理)의 자리를 빼앗아 만사의 본령이 된
후에야 그치니, 한 글자가 그 본지를 잃고 난 재앙이 여기까지 이른
것이다.
氣之順理而發者, 氣發卽理發也。 循理而行者, 氣行卽理行也。 理
非有造作自蠢動, 其發其行, 明是氣爲, 而謂之理發理行何歟? 氣
之發與行, 實受命於理。 命者爲主而受命爲僕。 僕任其勞而主居其
功, 天之經地之義。 是以言逝者如斯時, 直言逝者, 未嘗言乘氣如
斯。 言乾道變化時, 直言乾道, 未嘗言乘氣變化。 言太極生兩儀時
亦然, 言誠者物之終始時亦然。 濂溪〈圖說〉, 傳法於此, 故劈頭言
太極動而生陽, 靜而生陰, 不見一氣字, 非遺却氣機也。 主之所向,
僕豈有不往者乎? 其言光明直截, 無可疑貳, 而到過不及處, 不得
已而有說氣時, 蹶者趨者氣也是也。 蓋過不及, 雖亦本於理, 而末
流害於理, 則不可無區別耳。 我東方近世說理說氣。 何其滯也? 其
달렸다는 말인데, 《장자(莊子)》 〈대종사(大宗師)〉에 “그들은 삶을 혹이나 무사마
귀처럼 여기고, 죽음을 붓거나 곪은 종기가 터지는 것으로 여긴다.[彼以生爲附贅
縣疣, 以死爲決潰癰.]”라고 하였다.
천리마를 따르는 파리:원문의 ‘기승(驥蠅)’은 천리마 꼬리에 붙은 파리라는 뜻으
로, 다른 사람의 능력이나 지위로 인해 덩달아 이득을 보는 것을 말한다. 《사기(史
記)》 권61 〈백이열전(伯夷列傳)〉에 “안연(顔淵)이 비록 독실하게 학문을 닦기는
하였지만, 그래도 천리마 꼬리 끝에 붙었기 때문에 그 행실이 더욱 이 세상에 드러
나게 되었다.”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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