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5 - 답문류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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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氣)이다.” 라고 한 것이 이것이다. 대개 과불급(過不及)도 비록
                 이(理)에 근본한 것이지만, 말류(末流)가 이(理)에 해로우면 구별이
                 없을 수 없다.

                   우리 동방이 근세에 이(理)를 말하고 기(氣)를 말하는 것이 어찌

                 그리 막혀 있는가! 그 말이 대개 혼연히  한 덩어리로서 고집하거나

                 반대하는 일도 없고  주장도 없는 것을 이(理)로 삼고 있다. 그러므로
                 이발(理發) 두 글자는 오늘날 학사들에게 일대 금기어가 되어 있어서

                 겨우 단락이 있거나 변화를 행하거나 조리가 있는 것을 보면 기(氣)라

                 고 말하며, 무엇이 이것을 주장하느냐고 물으면 ‘그 기기(氣機)가 스스
                 로 그런 것이지 시키는 것이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하며, 이른바

                 이(理)는 어디에 있느냐고 물으면 ‘타고 있다.’라고 말한다.

                   애초에 이미 그렇게 시키는 묘(妙)가 없다면 끝에 또한 조종하는
                 힘도 없거늘, 붙어 와서 타고 무슨 일을 하겠는가? 있어도 보탤 것이

                 없고 없어도 부족한 것이 없으니, 살에 붙은 사마귀 요 천리마를 따르



                     넘어지고……기(氣)이다:《맹자(孟子)》 〈공손추 상(公孫丑上)〉에 “지(志)가 한
                     결같으면 기(氣)를 움직이고, 기(氣)가 한결같으면 지(志)를 움직인다. 이제 엎어
                     지고 달리고 하는 것이 기(氣)이지만, 그것이 도리어 마음을 동요시킨다.[志壹則
                     動氣, 氣壹則動志也. 今夫蹶者趨者, 是氣也, 而反動其心.]”라고 하였다.
                     혼연히:원문의 ‘혼륜(混淪)’은 사물의 형(形)과 기(氣)가 갖추어져 있으나, 아직
                     분리되지 아니한 상태를 말한다.
                     고집하거나……없고:원문의 ‘적막(適莫)’은 어떤 일을 고집하거나 반대하는 일을
                     말한다. 《논어(論語)》 〈이인(里仁)〉에 “군자는 천하에 있어 어떤 일을 꼭 해야
                     된다고 고집하는 일도 없고 어떤 일을 해서는 안 된다고 하는 일도 없으며 오직
                     대의(大義)에 입각해서 행동한다.[君子之於天下也, 無適也無莫也, 惟義與比.]”
                     라고 하였는데, 사상채(謝上蔡)가 주석하기를 “옳은 것도 없고 옳지 않은 것도
                     없다.[無可無不可]”라고 하였다.
                     살에 붙은 사마귀:원문의 ‘부췌현우(附贅懸疣)’는 혹이나 무사마귀처럼 쓸데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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