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4 - 답문류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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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기 때문이다. 명한 것은 주(主)가 되고 명을 받는 것은 복(僕)이
되며, 복은 그 수고로움을 맡고 주는 그 공을 차지하는 것이 하늘의
경(經)이요 땅의 의(義)이다.
그러므로 “가는 것이 이와 같다.” 라고 말할 때 다만 ‘서자(逝者)’만
말하고 일찍이 ‘기(氣)를 타고 이와 같다.’고 말하지 않았으며, “건도
(乾道)가 변화한다.” 라고 말할 때 다만 ‘건도’라고만 말하고 일찍이
‘기를 타고 변화한다.’라고 말하지 않았으며, “태극이 양의(兩儀)를 생
(生)한다.”라고 말할 때도 그러했으며, “성(誠)은 물(物)의 종시(終始)
이다.”라고 말할 때도 그러했다.
주렴계(周濂溪)의 《태극도설(太極圖說)》은 여기에서 법을 전해 받
았기 때문에 벽두에서 “태극이 동(動)하여 양을 생하고 정(靜)하여 음
을 생한다.”라고 하면서 하나의 기(氣) 자도 나타내지 않았으니 기기
(氣機)를 빠뜨린 것이 아니다.
주(主)가 가는 곳을 복(僕)이 어찌 가지 않겠는가? 그 말이 광명하
고 직절(直截) 하여 의심할 바가 없는데, 과불급(過不及)한 곳에 이
르러서 부득이 기(氣)를 말할 때가 있으니, “넘어지고 달리고 한 것이
가는……같다:원문의 ‘서자여사(逝者如斯)’는 《논어(論語)》 〈자한(子罕)〉 편에
“공자께서 냇가에서 말씀하시기를 ‘가는 것이 이 물과 같구나. 밤낮을 쉬지 않고
흐르도다.’ 하였다.[子在川上曰, 逝者如斯夫, 不舍晝夜.]”라고 하였다.
건도(乾道)가 변화한다:《주역(周易)》 〈건괘(乾卦)〉 단사(彖辭)에 “하늘의 도가
변화함에 각각 성명(性命)을 바르게 하니, 대화(大和)를 보합(保合)하여 이에
이롭고 정(貞)하다.[乾道變化, 各正性命, 保合大和, 乃利貞.]”라고 하였다.
직절(直截):간단명료하다 또는 곧바로 헤아려 판단한다는 뜻이다. 《주자어류(朱
子語類)》 권4에 “아마도 맹자는 인성(人性)이 같은 곳을 보고 스스로 분명하게
깨달았지만, 이에 대해서는 깊이 살피지 않은 듯하다.[恐孟子見得人性同處,自是
分曉直截,卻於這些子未甚察.]”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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