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2 - 답문류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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竟乖張乎? 此又事勢之必不可行者也。 動者靜者氣也, 動之靜之者
理也, 動之靜之, 非使之然而何?
귀인이 출타할 때 거마(車馬)와 시종(侍從)이 없는 것이 아니지만,
이를 본 사람들은 다만 ‘귀인이 나간다.’라고만 말하고, 일찍이 ‘거마
와 시종이 나간다.’라고는 말하지 않는다. 이로 말미암아 말하건대,
태극이 동정(動靜)한다 는 것은 본시 평탄한 말로 주자가 후세 사
람들을 위해 염려가 주밀(周密)하였다. 하지만 도리어 학자들이 ‘태
극이 동정(動靜)한다.’는 말을 보고, 형이상하(形而上下)의 분간을
몰라 태극이 기기(氣機) 를 기다리지 않고 스스로 동(動)하고 스스
로 정(靜)한 것으로 잘못 알까 염려하였다. 그러므로 주해에 ‘소승지
기(所乘之機)’라는 네 자를 붙인 것이다.
대개 한 이름을 이(理)라고 하면 곧 탄 바가 있는 것이다. ‘승(乘)’은
추호라도 기력(氣力)이란 글자를 범하지 않거늘, 지금 사람들은 ‘소승
(所乘)’이란 글자를 이와 다르게 보고서, 마치 태극이 아무런 주장도
없다가 홀연히 마필이 눈앞에 나타나면 민첩하게 올라타는 것처럼 생
각한다. 그렇다면 이 말은 결국 새옹(塞翁) 이 얻은 것으로 자신이
태극이 동정(動靜)한다:《주자어류(朱子語類)》 권94 〈태극도(太極圖)〉에 “양이
동(動)하고 음이 정(靜)한 것은 태극의 동정(動靜)이 아니라 다만 이(理)에 동정
이 있는 것이다.[陽動陰靜, 非太極動靜, 只是理有動靜.]”라고 하였다.
기기(氣機):규율(規律) 운행을 하는 천지의 자연 기능을 말한다. 명(明)나라
왕수인(王守仁)의 《전습록(傳習錄)》 권상에 나온다. “천지의 기기는 원래 한순간
도 멈춤이 없다.[天地氣機, 元無一息之停.]”라고 하였다.
새옹(塞翁):변새에 사는 늙은이라는 의미이지만, 여기에서는 득실이 무상함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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