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8 - 답문류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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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필〉 붙임

             〈猥筆〉附





             양(陽)이 동(動)하고 음(陰)이 정(靜)함을 언뜻 겉만 보면 과연 저절

             로 가고 저절로 멎는 듯하지만, 만약 그 실상을 깊이 헤아려 보면 모
             두 천명이 시켜서 그런 것이다. 천명이 그렇기 때문에 그렇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니, 이것이 이른바 ‘소이연(所以然)’ 이란 것이다. 천명
             외에 따로 소이연이 있는 것이 아니다.

               이제 ‘그 기틀이 스스로 그러한 것이다.[其機自爾]’ 라고 하니, ‘스스
             로 그러하다.[自爾]’는 말이 비록 억지로 힘쓰기를 기다린다는 말이 아
             니지만, 이미 자기로 말미암고 다른 것으로 말미암지 않는다는 뜻이



                 소이연(所以然):그렇게 되는 이유, 곧 이(理)를 말한다. 주희가 《대학혹문(大學
                或問)》에서 “하나의 사물 안에서 소당연이라 그만둘 수 없는 것과 소이연이라 바꿀
                수 없는 것을 모두 보게 되니, 겉과 속, 정밀함과 거침이 다하지 않음이 없다.[一物
                之中, 莫不見其所當然而不容已與其所以然而不可易, 表裏精粗無所不盡也]” 하였
                다. 또한 《근사록집해(近思錄集解)》 권1 〈도체(道體)〉에 “마음을 다스리고 몸을
                닦음은 본(本)이요 쇄소응대는 말(末)이니, 모두 ‘기연(其然)’의 일이다. 그리고
                ‘소이연’에 이르러서는 이치이니, 이치는 정조와 본말이 없다.[治心修身是本, 洒掃
                應對是末, 皆其然之事也. 至於所以然則理也, 理無精粗本末.]”라고 하였다.
                 그 기틀이……것이다:우계(牛溪) 성혼(成渾, 1535~1598)이 ‘기(氣)가 발하면
                이(理)가 탄다.[氣發而理乘]’라는 말의 의미를 묻자, 이이가 이에 답한 내용이다.
                《율곡전서(栗谷全書)》 권10 〈답성호원(答成浩原)〉에 “그러므로 주자(朱子)가
                ‘태극은 본연의 묘리이고, 동정(動靜)은 이것이 타는 기기(氣機)이다.’라고 말하였
                습니다. 음이 정하고 양이 동하는 것은 그 기틀이 스스로 그러한 것이고, 음이
                정하고 양이 동하는 소이(所以)는 이(理)입니다. 그러므로 주자(周子)는 ‘태극이
                동하여 양을 낳고 정하여 음을 낳는다.’고 하였습니다.[故朱子曰 ‘太極者, 本然之
                妙也. 動靜者, 所乘之機也.’ 陰靜陽動, 其機自爾, 而其所以陰靜陽動者, 理也. 故周
                子曰 ‘太極動而生陽, 靜而生陰.’]”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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