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92 - 답문류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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命)처럼 여긴 것과 같겠는가? 나의 뜻은 피리춘추(皮裏春秋) 로 택선

             고집(擇善固執) 하여 비록 다른 당에 소속되어 있을지라도 장점이 있
             으면 취하고, 비록 같은 당에 소속되어 있을지라도 단점이 있으면 취하

             지 않으면서 공적인 시비의 소재를 구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라고

             하였습니다. 어떻습니까?-민기용-


             或曰, “萬東廟掇享, 大關於春秋之義, 而諸儒賢皆陳疏, 獨奇先生

             丙寅疏,  一不擧論何?”  曰,  “掇享雖大關於義理,  而旣合享於大報

             壇,  則與丙寅洋變有間矣.  且況旣有各道儒林呌閽,  而又有儒賢疏
             章,  則諫雖不自我,  而諫已久矣。 至於丙寅洋變,  則其禍滔天,  不

             有甚於洪水猛獸乎? 然而無一人進言, 而獨奇先生首封一疏, 斥和
             攘夷之義,  炳如日星,  而特蒙天眷,  使東土數千里,  不入於禽獸之

             域, 將有辭於天下萬世者, 莫非其功也。 ○或曰, “我朝色目, 至于

             尤庵先生時,  君子小人之善惡分矣。  然則後之學者,  先於色目上,
             分別其是非然後, 可以知趨向之正。 豈可含糊度了,  使善惡無別是

             非無分哉?  若是則千載之公論不行,  而吾夫子春秋之義安在乎?”
             曰, “春秋筆削, 爲天下萬世之法, 豈如今之人聚羣成黨, 吹毫覓疵,

             視若仇讎, 以是爲非, 以非爲是, 以色目爲性命乎? 吾意則以皮裏

             春秋, 擇善固執, 雖在他色, 有長處則取之, 雖在同色, 有短處則不


                피리춘추(皮裏春秋):입으로 구태여 말은 하지 않아도 속으로는 공자가 지은 《춘추
                (春秋)》처럼 시시비비를 가리는 마음을 분명히 가지고 있는 것을 말한다. 《진서(晉
                書)》 〈저부전(褚裒傳)〉에 “초국(譙國) 환이(桓彛)가 저부를 보고 눈짓을 하며 계
                야(季野, 저부의 자임)는 피막 속에 춘추가 들어 있다.”라고 하였다.
                택선고집(擇善固執):선(善)이 무엇인지를 알아서 이를 가려서 굳게 지키는 것이
                다. 《中庸章句 第20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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