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96 - 답문류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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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 그것이 불의(不義)인 줄을 알면 행하지 않는다고 했으니, 이것
이 입신(立身)의 첫 번째 일이다. 그러나 또 고개 너머 고개가 있으
니, 불의(不義)가 뚜렷한 것은 분변하기가 쉽지만, 혹 의(義)와 불의
(不義)가 뒤섞여 있어 분변하기가 어려우면 불의(不義)를 오인하여
의(義)라고 여기는 경우가 있다. 또한 ‘만종(萬鍾)의 봉록은 예의를
분별하지 않고 받는다.’ 라는 것은 맹자께서도 말씀하셨다. 그러니
곧바로 ‘한 가지 불의를 행하여 천하를 얻더라도 행하지 않는다.’ 라
는 경지에 이르러야 바야흐로 걸음을 멈추는 곳이니, 어찌 쉽다고 말
하겠는가? 어찌 쉽다고 말하겠는가?
知其不義則不爲, 此是立身第一件事。 然而又有嶺外嶺, 不義之顯
然者易辨, 而其或義不義錯綜難辨, 則誤認不義以爲義者有之。 又
萬鍾則不辨禮義, 孟子之所言, 直到行一不義得天下不爲, 方是歇
脚處, 豈易言哉, 豈易言哉?
만종(萬鍾)의……받는다:만종의 봉록은 아주 많은 녹봉인데, 춘추 시대 제나라의
단위로는 1종(鍾)이 6곡(斛) 4두(斗)에 해당한다. 《맹자(孟子)》 〈고자 상(告子
上)〉에 “사는 것도 내가 원하는 바이며, 의리도 내가 원하는 바이지만, 두 가지를
겸하여 얻지 못할 바엔 사는 것을 버리고 의리를 취할 것이다.……만종의 녹봉은
예의를 분별하지 않고 받으니, 만종의 녹봉이 과연 나에게 무슨 보탬이 되는가?……
이것을 일러 ‘그 본심을 잃었다.’라고 하는 것이다.[生亦我所欲也, 義亦我所欲也,
二者不可得兼, 舍生而取義者也.……萬鍾則不辨禮義而受之, 萬鍾於我何加焉.……
此之謂失其本心.]”라고 하였다.
한 가지……않는다:《맹자》 〈공손추 상(公孫丑上)〉에 “한 가지 일이라도 불의를
행하고, 한 사람이라도 죄 없는 이를 죽이고서 천하를 얻을지라도 모두 하시지 않을
것이니, 이것이 같은 점이다.[行一不義, 殺一不辜而得天下, 皆不爲也, 是則同.]”라
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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