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28 - 답문류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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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지는 격물에 있다.” 라고 하였는데 주자가 해석하기를 “나의 지(知)
             를 지극하게 하고자 하려면 사물에 나아가 그 이치를 궁구하는 것에


             있다는 것을 말한다.” 라고 하였고, 보망장(補亡章) 에서는 말하기를
             “그 이미 알고 있는 이치로 인하여 더욱 궁구하는 데 있지 않음이 없다.”
             라고 하였습니다. ‘내가 아는 것’이나 ‘이미 아는 것’은 모두 중인(衆人)

             을 두고 말한 것입니다. 그리고 ‘치(致)’이니 ‘궁(窮)’이니 하는 것은
             바야흐로 학자가 향상(向上)하는 일입니다. 학자가 중인과 다른 점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가령 중인에게 지가 없다면 학자가 처음에 아무

             리 치 하고 궁 하려 해도 또 어떻게 밀가루도 없이 수제비를 빚을 수

             있겠습니까?  반드시 치(致)와 지(知)라는 두 글자를 혼합하여 하나
             의 지 자를 만든 이후에야 ‘중인은 지(知)가 없다[衆人無知]’는 말에

             합치될 것입니다.



               치지는 격물에 있다:《대학(大學)》 경(經) 1장에 보인다.
               나의……말한다:《대학장구》 전 5장에 다음의 글이 보인다. “보충하여 말하기를,
               이른바 ‘치지는 격물에 있다.’는 것은 나의 지를 지극히 하고자 하려면 사물에 나아가
               그 이치를 궁구하는 데 있다.[以補之曰, 所謂致知在格物者, 言欲致吾之知, 在卽物而
               窮其理也.]”라고 하였다.
               보망장(補亡章):《대학장구》 전 5장에 격물치지(格物致知)의 해석이 망실한 것을
               주자가 《대학장구(大學章句)》를 저술하면서 정자(程子)의 뜻을 취하여 보충해 넣은
               부분을 말한다.
               그 이미……없다:《대학장구》 전 5장의 집주(輯註)에 “대학에서 처음 가르칠 때
               반드시 배우는 자들로 하여금 모든 천하의 사물에 나아가서 이미 알고 있는 이치를
               통하여 더욱 궁구해서 그 극에 이름을 구하지 않음이 없게 하는 것이다.[大學始敎,
               必使學者, 卽凡天下之物, 莫不因其已知之理而益窮之, 以求至乎其極.]”라고 하였다.
                밀가루도……있겠습니까:《회암집(晦庵集)》 권26 〈상재상서(上宰相書)〉에 보인
                다. 원문의 ‘무면지불탁(無麵之不托)’에서 불탁(不托)은 수제비로, ‘밀가루가 들어
                있지 않은 수제비[無麵不托]’라고 하여 근본적인 요소가 준비되지 않고는 어떤 성과
                를 기대할 수 없다는 말로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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