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26 - 답문류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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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이 나서 크게 한기가 들고 크게 열이 나는데 계피나 대황을 쓸 것을
물리치고 호흡(呼吸)과 토납(吐納, 숨을 내쉬고 마심)이 병을 물리치고
수명을 연장하는 기술이라고 성대하게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것은 저의 천한 견해로도 의심이 없을 수 없습니다. 오장(吾丈)께
서 스스로 설을 삼은 것에 대해서는 의혹이 더욱 심합니다. 참망(僭妄)
함을 헤아리지 않고 낱낱이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사람의 지(知)는
하나일 뿐입니다. 오장께서 “지각(知覺)의 지(知)는 행(行)과 대(對)
가 되는 지(知)는 아니다.”라고 하셨는데, 이것은 대개 진지(眞知)만을
지라 하고 지우(知愚)의 과불급은 지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심(心)에 지가 없을 수 없는 것은 눈에 보는 작용이 없을 수 없고 귀에
듣는 작용이 없을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오장께서는 “중인(衆人, 보통 사람)은 지행(知行)이 없다.”라고 하셨
는데, 이것은 대개 치지(致知)만을 지라고 하고 천기(天機)가 환히
드러난 것은 지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대저 반드시 진지(眞
知)만을 지라고 한다면 유지(有知)와 무지(無知)는 언제나 같아질 것
입니까? 사물의 이(理)를 진지(眞知)하지 않음이 없게 된 후에야 지라
고 한다면, 안자(顏子)처럼 박문약례(博文約禮)에 종사해 본 뒤가 아
니라면 해당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그것은 학자의 직분에서도 이미
의론하기 어려울 것인데 하물며 중인(衆人)에게 있어서이겠습니까?
일사(一事)를 진지(眞知)한 경우라면 이는 진실로 중인에게도 있는
것이요, 하우(下愚) 에게도 없을 수 없는 것입니다. 형의 팔을 비틀어
밥을 빼앗아 먹는 것은 임인(任人) 도 하지 않을 것이요, 도거(刀鉅)
하우(下愚):아주 어리석고 못난 사람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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