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18 - 답문류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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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  《심경(心經)》 끝 편 부주(附註)에 오임천(吳臨川) 의 한 대
             목의 말을 일찍이 눈여겨보았습니까? 나이와 힘이 한창 강성한 사람
             의 입장에서 말하면 경절(徑截)하고 간략한 병폐를 면하지 못한 것

             이지만, 쇠약한 사람의 입장에서 말하자면 일찍이 병증에 맞는 약제
             가 아닐 수 없습니다. 대저 일찍이 여기에 대해서 뜻을 두었으나 또

             한 실로 손쓸 수가 없었는데, 공(公)의 물음으로 인하여 말씀을 드립
             니다.

               학문이 넓지 못하면 고루하게 되기 때문에, 성문(聖門)의 가르침은

             박문(博文)을 우선으로 삼는 것입니다. 그러나 지극히 친절(親切, 친근
             하고 절실함)하고 지극히 정약(精約, 정밀하거나 간략함)한 곳은 많은 말씀


             이 없었으니, 나의 일념의 극망(克罔) 이 어떠한가에 달려 있을 따름
             입니다.
               내가 일찍이 내 몸에서 경험을 해 보니, 나이 일흔이 된 후로는 정신

             과 기운이 떨어져 뒤의 것도 잃고 앞의 것도 잊어버립니다. 비록 간혹
             사색을 한다고 하더라도 연기와 안개처럼 자욱하게 가리니, 만약 박문

             (博文)에 뜻을 둔다면 안타깝게도 늦은 것입니다.

               상유(桑楡, 말년) 의 한 계책은 오직 극망(克罔)의 사이에 배나 힘


                 오임천(吳臨川):원(元)나라 때의 성리학자인 초려(草廬) 오징(吳澄, 1249~
                1333)을 말한다. 자는 유청(幼淸), 시호는 문정(文正)이다. 주희의 사전제자(四
                傳弟子)로, 이학(理學)을 위주하면서 심학(心學)을 아울러 취하여 주륙이가(朱陸
                二家)의 사상을 조화시켰으며, 허형(許衡), 유인(劉因)과 함께 원나라의 3대 학자
                로 꼽힌다.
                 극망(克罔):《서경(書經)》 〈주서(周書)〉 ‘다방(多方)’에 “오직 성인도 생각이 없
                으면 미치광이가 되고 미치광이도 능히 생각하면 성인이 된다.[惟聖罔念作狂, 惟
                狂克念作聖]”라고 하였다.
                 상유(桑楡):해가 질 때 햇빛이 뽕나무와 느릅나무의 꼭대기에 비치므로, 인생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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