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19 - 답문류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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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쏟아야 합니다. 그대의 나이가 비록 나보다 10년 이상 뒤이지만,

                 노쇠한 것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정신을 오거서(五車書)
                 속에 쏟으면 아마도 힘은 들어도 공이 없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작년에

                 《심경부주(心經附註)》 ‘초려(草廬)’의 한 단락의 설로 말씀드린 것이
                 지, 오씨의 설이 병폐가 없어서 그렇게 한 것은 아닙니다. 약으로 병을

                 치료하는 것은 아주 쓴맛이 아니면 낫게 할 수 없습니다. 비록 그렇더라
                 도 헤어진 후에는 스스로의 말이 마땅함을 잃은 것을 후회하였습니다.

                   성문의 학자들 중 독실함은 누가 증자(曾子)와 같겠습니까? 증자가


                 임종할 때의 말이 《논어(論語)》에 나타난 것이 두 장(章)이니,  우리
                 들이 마땅히 종사할 것이 이보다 더할 것이 없습니다. 어찌 이 말로

                 알려 주지 않고 반드시 초려를 말했는지요?



                 《心經》末編附註, 吳臨川一段說話, 曾者著眼否? 自年力方強者言

                 之,  不免有徑約之病,  而在衰邁之人,  未嘗非對證之劑。 蓋嘗竊有



                     말년을 뜻한다. 《태평어람(太平御覽)》 권3에 “해가 서산으로 떨어질 때 햇빛이
                     나무의 꼭대기에 비치는 것을 상유라고 한다.”라고 하였다.
                     오거서(五車書):《장자(莊子)》 〈천하(天下)〉에 “혜시의 학설은 다방면에 걸쳐
                     있어 그 저서가 다섯 수레에 쌓을 정도이다.[惠施多方, 其書五車]”라고 한 데서
                     온 말로, 전하여 수많은 서책을 가리키는데, 여기서는 곧 박식함을 의미한다.
                     증자가……장(章)이니:《논어(論語)》 〈태백(泰伯)〉 제3장에 증자가 병이 들자
                     제자들을 불러 말하기를 “이불을 걷고서 내 발을 살펴보고 내 손을 살펴보아라.
                     《시경(詩經)》에 이르기를 ‘두려워하고 삼가서 깊은 못에 임한 듯이 하며, 얇은 얼음
                     을 밟듯이 하라.’ 하였는데, 이제야 부모님이 주신 몸을 상하지 않게 되었음을 알겠
                     다. 제자들아.[啓予足, 啓予手. 詩云, ‘戰戰兢兢, 如臨深淵, 如履薄氷’, 而今而後,
                     吾知免夫. 小子!]”라고 한 것과 또 〈태백〉에 증자가 병이 위독해졌을 때에 “새가
                     장차 죽으려 할 때에는 그 울음소리가 슬프고, 사람이 장차 죽으려 할 때에는 그
                     말이 착한 법이다.[鳥之將死 其鳴也哀 人之將死 其言也善]”라고 한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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