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63 - 답문류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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禮樂之禮, 是偏言之禮。【鄭義林】
[답] 예(禮)에는 정밀하고 근엄한 체가 있기에 진일보하여 성(性)을
말한 것은 괜찮다. 악(樂)은 융예(融洩) 가 혼합된 물사(物事)이니
성을 말하면 멀어진다. 비록 그렇더라도 그대가 말한 ‘악이 예 가운
데 있다.’라고 한 단락은 《논어(論語)》 〈학이(學而)〉 편의 유자(有
子) 일장(一章)에서 음미하여 온 듯하다. 의미가 없지는 않으나, 다
시 자세히 생각해 보는 것이 어떠한가?
禮有精密謹嚴之體, 進一步而說性可也。 樂是混合融洩物事, 說性
迂遠矣。 雖然公之所言樂在禮中一段, 似自〈學而篇〉有子一章咀嚼
來。 不無意味, 試更詳思之如何?
융예(融洩):융융예예(融融洩洩)의 준말로,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 은공(隱
公) 원년에 나오는 말이다. 정(鄭)나라 장공(莊公)이 아우 공숙단(共叔段)의 반란
을 평정한 뒤에 그와 공모(共謀)한 어머니 강씨(姜氏)를 성영(城潁)에 유폐하고
다시 안 만나겠다고 했다가, 영고숙(潁考叔)의 충언을 듣고 땅굴을 통해 들어가서
강씨를 만났다. 그때에 장공이 노래하기를 “대수 안에 그 즐거움이 화락(和樂)하
네.[大隧之中 其樂也融融]”라고 하였고, 그 어머니가 나와서 노래하기를 “대수 밖에
는 그 즐거움이 펴지도다.[大隧之外 其樂也洩洩]”라고 하였다. 그 주석에 “융융은
화락이고 예예는 서산(舒散)이다.”라고 하였다.
비록……듯하다:《논어》 〈학이(學而)〉에서 유자(有子)가 말하기를 “예의 쓰임은
화함이 귀중한 것이니, 선왕의 도가 이것을 귀하게 여겼는지라, 크고 작은 일을
모두 이것을 말미암아서 하였다.[禮之用, 和爲貴, 先王之道斯爲美, 小大由之]”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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