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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학산책

[맛 기행] 바지락, 도시 밥상과 어촌 곳간을 책임진다 게시기간 : 2021-06-09 07:00부터 2030-12-17 16:16까지 등록일 : 2021-06-02 13:32

조회수 : 127

재단법인 한국학호남진흥원

맛 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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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학산책
맛 기행 세번째 이야기2021년 6월 9일
세번째 이야기
   

바지락, 도시 밥상과 어촌 곳간을 책임진다

 

바지락은 백합목 백합과에 속하는 조개로, 굴·홍합·꼬막 등과 함께 우리나라 중요 양식 패류로 꼽는다. 모래갯벌을 제외하고 어느 갯벌에서나 붙임성 좋게 잘 자라는 탓에 일찍부터 양식품목으로 사랑을 받았다. 특히 모래와 돌과 흙이 섞인 갯벌에서는 흔히 볼 수 있다. 하지만 바지락 소비량 증가에 비해 생산량이 부족해 수입량이 늘고 있다. 그럼에도 전남산 질 좋은 바지락은 일본으로 수출되고 있다.

 

바지락은 물이 빠진 갯벌에서 호미로 채취하는 ‘참바지락’, 물이 빠지지 않는 깊은 곳에서 형망이라 부르는 어구를 배에 연결해 건져내는 ‘물바지락’으로 구분한다. 값도 차이가 있다. 종이 다른 것은 아니다. 서석지와 잡는 방법에 따라 구분할 뿐이다. 물바지락보다 참바지락이 비싸다. 갯벌에서 ‘바지락 바지락’하고 밟힐 정도로 조개 많았던 적도 있었다. 그래서 바지락이라 했다는 말도 있다. 바지락은 반지락, 반지래기, 빤지락이라 부르기도 한다. 바지락은 모래나 진흙 속에서 바닷물에 포함된 유기물 식물성플랑크톤을 먹고 산다. 이 과정에서 바닷물을 정화한다.

그림1

<자산어보>에 소개된 바지락

* 옛 문헌 ‘조개예찬’

 

손암은 ‘<자산어보>’에 바지락을 ‘포문합(布紋蛤)’, 속명으로 ‘반질악(盤質岳)’이라 했다.

 
큰 놈은 지름이 두치 정도이다. 껍질이 매우 엷으며 가로세로 미세한 무늬가 나 있어 세포(細布, 올이 고운 삼베나 무명)와 비슷하다. 양쪽 볼이 다른 것에 비해 볼록 튀어나와 있으므로 살이 푸짐하다. 껍질 색깔은 흰 것도 있고 검푸른 것도 있다. 맛이 좋다.
 

정약전이 이야기한 세포는 ‘올이 고운 베’를 말한다. 바지락 껍질의 방사상으로 펴진 홈과 성정맥이 교차하면서 만들어낸 무늬를 표현한 것이다. 서양에서는 여성의 성기를 닮아 탄생 상징, 풍요와 다산과 순산을 도와주는 것으로 해석했다. 중국 미인 백수소녀는 조개 속에서 등장한다. 설화속 미인 조개아씨와 고둥아씨도 마찬가지다. 또 대형조개를 타고 시집을 가는 나라도 있다.

 

<임원경제지> ‘정조지’에는 조개는 ‘맛은 짜고, 성질을 차며, 독은 없다. 오장을 적셔주고 소갈병을 그치게 하며 위장을 열어 준다.’ 고 했다. <가우본초>를 인용한 내용이다. 물론 바지락을 특정한 것은 아니다. 진해만 진동에서 유배생활한 김려가 쓴 어보 <우해이어보>에 ‘반월합(半月蛤)’이라는 패류를 소개한 내용이다.

 

半月蛤形似白蛤. 而一殼短成. 開口如螺. 眞如半月.

 

이 반월합을 바지락으로 추정하며, 백합은 오늘날 모시조개를 말한다. 진해, 거제, 통영 등에서는 바지락을 포함한 조개를 ‘개발’이라 부르기도 한다. 해서 조개를 캐기 위해 갯벌에 나가는 것을 ‘개발하러 간다’고 표현한다.

그림2

바지락 밭으로 가는 주민들(고흥 남양면 내로 갯벌)

* 바닷마을 곳간 채운 살림조개

 

바지락은 번식이 쉽고, 성장이 빠르다. 어릴 때를 제외하면 대부분 한곳에 머물러 자라기 때문에 마을공동 소득을 위해 양식하기 좋은 수산물이다. 갯벌 속 깊은 곳으로 들어가지 않고, 낮은 곳에 사는 조개라 ‘천합’이라 했다. 개조개나 왕우럭조개처럼 힘들여 파지 않아도 되니, 힘이 없는 나이 든 어민들도 호미 하나면 바지락을 얻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호미는 어느 집에 몇 자루는 가지고 있고, 쉽게 구할 수 있으니 누구나 바지락채취에 참여할 수 있다. 어민들에게는 소득을, 체험객에게는 즐거움을 주는 조개다. 마을공동어업, 아이들 체험학습으로 이보다 좋을 수는 없다.

 

바지락은 수명이 8, 9년에 이른다. 다 자란 것은 6㎝까지 자라기도 한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3년 이상 자란 것을 찾기 어렵다. 다 자랄 때까지 기다리다 수온의 변화나 오염 등으로 종종 패사를 하다 보니 상품가치가 있을 때 팔기 때문이다. 바지락은 적당한 육수(민물)가 있어야 잘 자란다. 특히 겨울 가뭄이 심하면 봄 바지락 농사는 기대하기 어렵다. 그래서 비가 오지 않고 가물면 바지락도 흉년이 든다고 한다.

바지락 양식이 가장 활발한 곳은 고흥이다. 내나로도 덕흥마을은 ‘바지락마을’로 알려져 있다. 한때 부녀회에서 바지락으로 큰 소득을 올려 주목을 받았다. 나로대교가 놓이기 전에는 바지락 어장 덕에 철부선이 운항되기도 했다. 이곳은 참바지락만 아니라 물바지락도 유명하다.

고흥군 남양면 내로마을 주민들은 봄이면 몇 차례 마을주민이 모여서 바지락을 캔다. 바닷물이 많이 빠지는 날에 맞춰 ‘반지락개’를 트기 때문이다. 한집에서 바지락을 캘 수 있는 양은 20㎏로 정했다. 내로갯벌은 서쪽으로는 예회와 성두, 북쪽으로는 우도 마을과 경계다. 이들 마을들도 모두 갯벌에 의지해 바지락, 낙지, 꼬막, 굴을 캐서 살아온 갯마을이다. 10년 전 이곳 갯벌에서 명절맞이 꼬막밭을 틀 때도 지켜보았다. 바지락이나 꼬막을 채취해 마을기금을 만들고 때로는 연말이면 마을 소득을 집집마다 나누기도 한다. 갯벌에서 일을 할 때도 채취할 품목을 정하는 것도 마을 회의에서 결정한다. 이곳만 아니라 바닷마을이나 섬마을 중에는 기성회비, 장학금, 전기요금, 각종 마을사업 기금 등을 바지락밭에서 얻은 수입으로 해결하는 곳도 있었다.

그림3

농민들에게 논밭처럼 어민들에게는 바지락밭이 있다(고흥 포두면 남성리 갯벌)

* 바지락 봄 밥상

 

바지락은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한다. 어느 계절에나, 어떤 요리에나 조미를 하는 팔방미인이다. 특히 고흥 내로 바지락은 고흥에서도 품질 좋기로 소문난 참바지락이다. 모내기철에 캐는 끓인 바지락 국은 사골이 따로 없단다. 뽀얗게 우러난 바지락국물로 미역국을 끓여 산후조리를 했다. 바지락 요리를 할 때는 해감을 잘해야 한다. 해감은 바지락을 채취할 때 놀라 입수공으로 흡입한 모래나 흙을 출수공으로 내보내는 것이다. 이를 위해 엷은 소금물에 하루 정도 담가두어야 한다. 참바지락과 물바지락 해감 시간도 다르다. 물바지락이 두 배의 시간이 필요하다. 또 모래가 많은 갯벌에서 자란 바지락과 펄이 많은 갯벌에서 자란 바지락의 해감 시간도 다르다.

 

고흥 해창만 한 섬마을에서 바지락 밥상이 한 상 차려졌다. 봄에서 여름으로 가는 길목에 바지락이 가장 여물고 몸 안에 진한 육수를 품는다. 고흥에서는 이 무렵 ‘짓갱’이라는 음식을 만들어 먹는다. 짓갱은 먼저 바지락 살만 솥에 넣고 물을 적당히 붓고 끓인다. 너무 익히면 질기다. 육즙이 나올까 말까할정도로 살짝 익힌다. 여기에 깨와 밥을 더해야 한다. 옛날에는 돌확이나 절구에 넣고 찧었지만 요즘은 믹서로 갈아서 사용한다. 여기에 두부를 넣어 사치를 부린다. 마지막으로 파를 썰어 올린다. 잔치집은 물론 상가에서도 국밥 대신 찾아온 손님들에게 내놓는 음식이다. 짓갱과 함게 살짝 삶은 바지락으로 산과 들에서 나오는 시금치, 톳, 머위, 취 등과 무쳐 내놓았다. 나물과 채소와 바지락의 만남이다. 바지락 꼬치는 고흥 나로도 사람들에게는 최고급요리다. 바지락 살을 꼬챙이에 끼워서 말린 다음 양념을 해서 굽거나 쪄서 먹었다.

그림4

바지락으로 만든 밥상(고흥 포두면 취도)


글쓴이 김준
광주전남연구원 섬발전연구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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