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속의 재발견] 여전히 억울한 홍어(洪魚) 게시기간 : 2026-09-16 07:00부터 2030-12-24 21:21까지 등록일 : 2026-09-14 13:14
재단법인 한국학호남진흥원
민속의 재발견
|
|||||||||||||
|
“민속학은 과거 우리 선조들이 살아온 삶을 살펴 오늘날의 모습과 비교해 보고 이를 통해 미래를 예측해 보는 학문이다. 선조들의 삶은 이야기, 노래, 의례, 놀이, 신앙 등에 전승되는 기억의 역사이다.”
1. 삭혀 먹는 홍어 《자산어보(玆山魚譜)》는 정약전(丁若銓, 1758~1816)이 흑산도에서 유배 생활을 하는 동안 지은 책으로 흑산도 근해의 해양 생물들이 기록되어 있다. 전라도의 음식문화 중에서도 정약전은 나주 인근 사람들이 즐겨 먹는 ‘삭힌 홍어’에 관해 관심을 보였다. 그 내용을 일부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나주와 가까운 고을 사람들은 삭힌 홍어를 즐겨 먹으니 보통 사람들과는 기호가 같지 않다. 가슴과 배에 숙환으로 징가(배 속에 덩어리가 생기는 병)가 있는 사람이 삭힌 홍어를 가져다가 국을 끓여 배불리 먹으면 뱃속의 더러운 것들을 몰아낼 수 있다. 또 술기운을 가장 잘 안정화 시킬 수 있다.”
(羅州近邑之人好食其鳐者, 嗜好之不同也. 胸腹有癥瘕宿疾者, 取鱝魚之餒者, 作羹飽之, 能驅下穢惡. 又最能安酒氣.) - 《玆山魚譜》, 〈無鱗類〉, 鱝魚 -
정약전은 ‘삭힌 홍어’를 ‘보통 사람들의 입맛과는 다른 것’임을 강조하였다. 그러면 나주 인근 사람들은 왜 홍어를 삭혀 먹었을까? 그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역사적, 지리적 특성에서 그 연유를 찾기도 한다. 고려 공민왕 때 왜구의 잦은 출몰로 골머리를 앓던 조정은 약탈 대상이던 흑산도와 인근 영산도 주민들을 나주 인근으로 강제 이주시켰다. 섬을 비워 두는 공도정책(空島政策)을 취한 것이다. 그런데 육지로 옮겨와 살면서도 고향에서 먹던 홍어 맛을 잊지 못했던 사람들이 기회가 되면 홍어를 구해 왔다. 문제는 흑산도 인근에서 잡은 홍어를 돛단배에 싣고 영산포까지 운반해 가는데, 열흘 이상이 걸렸다. 그동안 홍어가 자연 발효돼 ‘삭힌 홍어’가 되어버린다. 삭힌 홍어를 아까워 버리지 못하고 먹어보게 되었는데, 탈이 나지 않았다. 그러자 영산강 주변에 살던 사람들을 중심으로 삭힌 홍어를 먹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삭힌 홍어’는 전라도 지역(특히 영산강 인근 지역)에서 먹는 ‘독특한 음식’이라는 인식을 정약전은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인식은 1970년대도 여전하다. 이 시기에도 ‘삭힌 홍어’는 일반적으로 먹었던 음식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1969년에 문화공보부 문화재관리국에서 펴낸 『한국민속종합조사보고서』 전라남도 편을 보면 “홍어를 두엄에 두었다가 발효시켜서 먹으면 매운맛이 대단하다. 전남지방의 특이한 방법이다.”라고 기술하고 있다. 정약전이 글을 쓴 시기에서 상당한 시간이 흘렀음에도 ‘홍어를 삭혀 먹는 것’은 ‘전라남도 지역의 특이한 방법’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면 전라도 사람들은 홍어를 어떻게 삭혀 먹었을까? “홍어회는 흑산도산을 제일로 치는데 겨울철에 제맛이 난다. 홍어는 금방 잘 익은 것보다 잡은지 며칠 지나 발효되어 암모니아 냄새가 난 다음에 먹어야 제맛이 난다. 빨리 싸아한 맛이 나게 하려면 오지항아리에 담아 두엄 속에 묻어둔다. 홍어는 쏘는 독특한 맛이 있는데, 이것은 암모니아 냄새고 발효하는데서 나며 찰지고 매끈매끈하다. 홍어는 주로 회나 찜으로 쓰는데, 뼈는 연골이므로 뼈째 오독오독 씹어 먹어야 맛이 있다. 목포에서는 홍탁이라하여 탁주와 같이 겨울밤 야식으로 즐긴다.”
- 『한국민속종합조사보고서』 향토음식 편(1984) - 예나 지금이나 겨울철 흑산도에서 잡은 홍어를 최고로 친다. 삭힌 홍어를 안주 삼아 탁주 한 사발 마시는 것이 목포지역에서는 겨울철 최고의 야식이었던 듯싶다. 그리고 쏘는 독특한 맛을 내는 삭힌 홍어를 ‘홍어회’라 부른 모양이다. 2. 회로도, 무침으로도, 찜으로도. 대개 홍어와 가오리를 서로 혼동하기도 하고, 때로 뭉뚱그려 ‘홍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들은 전반적인 형태가 넓적한 오각형을 띠고 있으며, 위아래로 납작한 몸에 기다란 꼬리를 가지고 있다. 그 생김새가 몹시 비슷하여 어지간해서는 맨눈으로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다만, 홍어는 코끝이 뾰족하고, 꼬리에 지느러미가 있지만, 가오리는 코끝이 동그랗고 꼬리 중간에 침이 있다. 흑산도에서 잡히는 홍어를 참홍어라 하는데, 이는 연평도 인근 해역부터 서남 해역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지역에서 잡힌다. 더군다나 울릉도, 독도 해역에서 참가오리로 알고 잡았던 것이 참홍어임이 밝혀지기도 했다. 그러면 홍어는 어떻게 요리해 먹을까? 조선 중기의 문신 옥담(玉潭) 이응희(李應禧, 1579~1651)는 《옥담사집(玉潭私集)》에서 홍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고 있다. 洪魚(홍어)
狀貌殊群錯 / 모습이 다른 어패류와 다르고, 形容異衆鮮 / 형용이 다른 생선들과 달라라. 身洪難起動 / 몸이 커서 움직이기 어렵고, 體重未輕遷 / 몸이 무거워 잘 다니지 못하네. 軟骨宜專嚼 / 부드러운 뼈는 씹기가 좋고, 豐肌可入煎 / 넉넉한 살은 국 끓이기 좋아라. 跳梁無一勇 / 날뛸 만한 용기가 없으니, 跋扈似登天 / 발호하긴 하늘에 오르듯 어렵네. - 《玉潭私集》, 萬物篇, 魚物類, 洪魚. - 이응희는 홍어를 ‘몸집이 커서 움직이기가 어렵고, 몸이 무거워 잘 다니지 못하다.’라고 표현하였다. 다른 물고기에 비해 커다랗게 자라는 홍어의 모습을 나타낸 것이다. 그러면서도 ‘뼈는 부드러워 씹기가 좋고, 살이 넉넉하여 국으로 끓여 먹기에 좋다.’라고 하였다. 홍어의 식감과 국으로 끓여 먹는 요리 방법에 관해 언급하고 있다. 영조 42년(1766년) 유학자 유중림(柳重臨, 1705~1771)이 홍만선(洪萬選)의 《산림경제(山林經濟)》를 보충하여(증보) 간행한 《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에는 “끓는 물에 씻어 미끈거리는 것을 없애고, 칼로 납작하게 썰어 조각을 만들고, 감장 물에 삶아 먹는다. 하얀 알은 한데 모아 국물을 섞어 먹으면 맛있다 (湯水先去涎 切作尾 甘醬汴薰煮食之, 白卵揉和汴中好.)”라고 하였다. 이렇게 본다면 홍어는 주로 삶아 먹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정약전은 “회, 구이, 국, 포 등에 모두 적합하다. (宣鱠炙羹腊)”라고 하였고, 서유구(徐有榘, 1764~1845)도 “국을 끓이거나 고우거나, 굽는데 마땅하지 아니한 것이 없다. (羹臛燔炙無不宜)”라고 하여 단순히 삶아 먹는 것 외에도 다양한 방법으로 요리할 수 있음을 언급하였다. 1924년 이용기(李用基, 1870~1933)가 편찬한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朝鮮無雙新式料理製法)』에는 “홍어백숙(洪魚白熟)”이라고 하여 다음과 같이 그 요리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가오리를 깨끗하게 씻고 내장을 떼어낸 후 시루에 너스레를 놓고 통째로 무르도록 쪄서 큰 접시에 담는다. 숟가락이나 젓가락으로 떼어 가며 초장에 먹으면 맛이 좋다.”
- 『朝鮮無雙新式料理製法』, 〈洪魚白熟〉 - 제목은 홍어백숙인데, 내용은 가오리찜 요리이다. 홍어백숙이나 가오리백숙을 만드는 방법이 같을 수도 있고, 제목을 잘못 적었을 수도 있다. 어찌 되었든 간에 홍어나 가오리를 쪄 먹는 요리법이 있다는 것을 확인해 볼 수는 있다.
홍어를 ‘회(鱠)’로 요리하는 것은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잘게 썬 홍어를 각종 채소와 섞어 양념에 버무려 먹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썬 홍어를 그대로, 혹은 소금 등의 간단한 양념에 살짝 찍어 먹는 것이다.
‘탕’은 고기와 채소, 양념 등을 넣고 끓인 음식으로 국물과 건더기를 함께 먹는다. 이중 유명한 것은 홍어보리앳국(또는 홍어앳국)이다. 숙성한 홍어의 애(간)와 보리 새싹(보리 순)을 된장 육수에 풀어 끓여낸 것인데, 봄철 여린 보리싹이 나올 무렵 주로 먹는다. 술을 마시고 난 다음 속을 푸는데 이만한 것이 없다. 이외에 생 재료 혹은 말린 재료를 찐 후 양념을 추가하는 요리 방법도 있다. 이렇게 본다면 홍어 요리는 일반적인 생선 요리 방법과 별반 차이가 없음을 알 수 있다. 다만, 삭힌 홍어를 이용한 요리는 전남지방의 독특한 방식이라 할 수 있다. 3. 의례상에 오르는 음식 예전부터 전라도 지역에서 홍어는 다양한 의례 음식으로 사용되었다. 먼저 홍어가 차례상의 제물로 올라가기도 한다. 국립문화재연구소가 2003년에 펴낸 『전라남도 세시풍속』의 자료를 살펴보면 담양군 월산면 중월리 중방마을의 경우 설 차례상 제물로 조기·홍어·숭어 등의 어류를 올리는데, 이때 홍어는 양념하여 찐 것이다. 담양군 무정면 봉안리 술지마을에도 비슷한 사례가 보인다. 설 상에 소고기·돼지고기·떡·술·조기·홍어·오징어·꼬막·삼실과 등을 올리는데, 마찬가지로 홍어는 찐 것을 사용한다. 반면 광양읍 용강리 기두마을의 경우 ‘고등어나 홍어같이 비늘이 없는 것’은 제물로 사용하지 않는다. 다음으로 제사상에 홍어를 올리는 집안도 있다. 나주 남파고택(羅州 南坡古宅)으로 유명한 박경중 어르신 댁에서는 제사 때 홍어가 차려진다. 이 집은 제사상에 소탕, 어탕, 육탕, 떡, 생선찜, 나물, 닭, 전 등을 올린다. 이 중에서 관심을 끄는 것은 뜸부기 나물과 홍어이다. 뜸부기 나물은 ‘옛말에 귀신들이 제일 좋아한다’하여 제상에 꼭 올렸다고 하며, 홍어는 구이로 놓는다.
그런가 하면 당산제 제물로 쓰이기도 한다. 화순군 춘양면 양곡리 단양마을은 당산제 제물로 홍어를 올린다. 이 마을은 당산제를 모실 때 곶감·대추·밤·사과·배·귤·조기·명태·고사리·고구마대·도라지·떡·돼지고기 등과 함께 홍어를 올린다. 나주시 공산면 상방리 상구마을은 당산제를 모실 때 제물로 홍어 한 마리, 숭어 세 마리, 참기름, 한지, 쌀, 미역 등을 올린다. 제를 모실 때는 미리 설치해 둔 대나무 단 위의 왼새끼 줄에 소원지를 끼우고 대나무 단에는 홍어와 숭어를 매단다. “홍어는 온 놈으로 사서 숭어도 온 놈으로 사고 통으로. 그래갖고 거기다 이렇게 그냥 상을 평상을 쬐깐하니 만들어서 거기다 이렇게 시리 같은 거 얹고(얹어) 놓고 홍어랑 거기다 걸어놔 숭어랑”
- 제보자 : 오○교(남, 1939년생, 토박이, 농업) -
나주지역은 영산강 하구언 건설 전 해수가 들어왔던 전형적인 감조하천이었기 때문에 각종 어로 생활이 가능했던 곳이다. 상구마을은 삼포강에 자리하고 있는 마을이다. 지금의 삼포강은 수량이 크게 퇴락했지만, 예전에는 영산강 하구인 목포 앞 바다에서 반남지역까지 대형 선박이 왕래할 수 있을 정도로 수량이 풍부했던 곳이다. 그런 곳이기에 어로 문화의 흔적이 당산제 제물로 남아 전승되고 있다. 실제 나주시 송월동 토계마을, 동강면 옥정리 복룡마을, 왕곡면 월천리 구천마을 등 나주지역에서 영산강의 영향을 받았던 많은 마을은 상구마을처럼 해산물을 당산제의 제물로 올리고 있다. 그런가 하면 홍어는 야외 행사 때 빠지지 않고 장만하던 음식이기도 했다. 대표적인 것이 여성들이 주축이 되어 놀던 ‘화전놀이’이다. 함평군 해보면 상모평마을은 1990년대 초까지도 화전놀이의 맥을 이어온 곳이다. 화전놀이는 음력 3월, 양력으로는 4월쯤에 시행된다. 봄철 산에 꽃이 피고, 본격적으로 모내기가 시작되기 전에 화전놀이가 이루어진다. 화전놀이와 관련한 사항, 예를 들면 비용 추렴, 장보기, 음식 장만, 화전놀이 장소 결정 등은 모두 마을 여자 어른들이 결정한다. 화전놀이에 참석하는 사람들은 한복을 차려입고, 곱게 화장하여 꾸미고, 술과 음식을 나눠 마시고 먹으면서, 노래 등을 부르며 하루를 즐긴다. 화전놀이를 위해 보통 장만하는 음식으로는 술, 떡, 밥, 홍어 무침, 김치, 나물, 돼지고기 등이다. 냉장 시설이 부족하던 시절에 홍어 무침은 보관이 쉽고, 배고픔을 달라는 요깃거리로도 좋은 재료였다. 한마디로 최애 음식인 셈이다.
홍어는 결혼식이나 장례식에서 빠지지 않는 음식이다. 영산강과 섬진강을 중심으로 ‘홍어 음식 문화권’과 ‘가오리 음식 문화권’으로 구별하는 연구자가 있는 것처럼 전남 동부권은 가오리의 소비량이 많았다. 가오리와 홍어는 비슷하게 생겼지만, 성질은 전혀 다른 물고기이다. 홍어는 상온에 두면 삭혀지지만, 가오리는 상온에 두어도 발효가 거의 일어나지 않고 상하게 된다. 그 때문에 홍어는 회와 무침으로 제공되지만, 가오리는 무침으로만 제공된다. 활용 측면에서 홍어가 훨씬 실속이 있다.
이렇게 전라도의 의례나 행사상에 오르던 홍어는 이제 전국적인 음식으로 대중화되고 있다. 여러 가지 요인이 있다. 우선 결혼식과 장례식의 문화 변동에 따라 ‘홍어’의 전국화가 이루어진다. 지역에서 혹은 집안에서 소규모로 이루어지던 예식과 장례식이 대도시의 예식장과 장례식장을 중심으로 진행되면서 외지인 등이 홍어를 먹을 기회가 많이 생기게 된 것이다. 아울러 1992년 이후 칠레산 홍어가 대량으로 수입되면서 홍어 소비가 대중화되는데 일조하였다. 칠레산 홍어는 서식 조건이 한국산과 비슷하여 맛이 국내산과 다르지 않아 주목받았다. 무엇보다도 국내에서 잡히는 홍어에 비해 그 가격이 낮아 일반 소비자들이 가격의 부담 없이 손쉽게 홍어를 먹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여기에 냉장 시설의 발달도 홍어를 전국화하는 데 한몫을 했다. 삭힘의 정도를 정할 수 있게 된 까닭이다. 삭힘의 강도가 약하면서도 그렇다고 생것은 아닌, 약한 삭힘 홍어가 유통되면서 소비자들에게도 적당히 삭힌 것으로 인정되는 홍어를 맛볼 기회를 제공해 준 것이다. 4. 만만하게 홍어X 《자산어보(玆山魚譜)》에는 홍어에 관해 다음과 같은 기록이 보인다. “수컷은 음경이 둘 있는데, 음경은 바로 뼈고 그 형상은 굽은 칼과 같다. 음경 뿌리 쪽에는 불알이 있다. 날개 양쪽에는 잔가시들이 있는데 암컷과 교미할 때는 날개에 있는 가시들로 암컷을 움직이지 못하게 한다. 더러는 암컷이 낚시를 물고 엎드려 있으면 수컷이 암컷에게 다가가 교미한다. 이때 낚시를 들어 올리면 수컷도 함께 따라 올라온다. 암컷은 식탐 때문에 죽었고, 수컷은 색용 때문에 죽었으니 색욕을 탐하는 자의 경계로 삼을만하다.”
(雄者陽莖有二, 陽莖即骨, 狀如曲刀. 莖底有囊卵. 兩翼有細刺, 交雌則以 翼刺句之而交. 或雌者含鉤而伏, 則雄者就而交之. 學釣則並隨而上. 雌死於食, 雄死於淫, 可爲饕淫者之戒.) - 《玆山魚譜》, 〈無鱗類〉, 鱝魚 - 수컷 홍어는 음경이 두 개가 있는데, 그 끝에 촘촘한 가시들이 박혀 있어 한 번 결합하면 쉽게 빠지지 않는다. 교미기에 수컷은 자신의 역할을 다한다. 다만, 생식기의 구조상 한번 교미가 이루어지면 멈추기가 어려울 뿐이다. 그런 까닭에 색욕이 많다는 것은 누명이다. 수컷은 억울하다.
정작 수컷이 거세를 당하는 것은 몸값 때문이다. 암컷은 크기가 크고 살이 찰지며 씹는 맛이 좋아 비싼 값에 거래된다. 반면 수컷은 크기도 작고 살이 뻣뻣하고 질겨 대접을 받지 못한다. 그러기에 수컷의 음경을 잘라 암컷으로 둔갑시키기도 하고, 맛뵈기용으로 제공되기도 하였다. 암컷으로 둔갑하든 맛보기용으로 썰려 나가든 수컷 홍어의 음경은 잡히면 잘리는 게 다반사였다. 인간의 욕심이 수컷 홍어를 이상한 녀석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그러기에 수컷 홍어는 역시나 억울하다. 여느 물고기와 달리 홍어는 소변을 통해 노폐물을 배출하는 대신, 피부에 요소를 저장하여 삼투압을 조절한다. 홍어가 죽으면 체내의 요소가 박테리아에 의해 암모니아와 트리메틸아민으로 분해되며, 이 과정에서 홍어는 먹어도 탈이 나지 않게 삭혀진다. 삭은 홍어는 냄새가 고약할지는 모르지만, 먹은 사람에게 탈을 일으키지는 않는다.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분명한 것은 전라도에서 먹는 홍어는 썩은 것이 아니라 삭은 것이다. ‘삭힌 홍어’에 대해 뭣도 모른 채, ‘홍어’를 특정 지역 비하 단어로 사용하고 있는 이들이 있다. 자기 스스로가 썩어가는지도 모르면서 함부로 지껄이는 소리에 정작 ‘삭은 홍어’는 억울할 뿐이다. 도움받은 자료
《玉潭私集》
《增補山林經濟》 《玆山魚譜》 『朝鮮無雙新式料理製法』 문화재관리국, 『한국민속종합조사보고서』, 1969. 국립문화재연구소, 『전라남도 세시풍속』, 2003. 나주시, 『나주 특산물의 역사와 지역정체성』, 2025. 김경애, 「남도 명가의 음식문화」, 『한국가정과학회 학술발표논문집』, 한국가정과학회, 2002. 박정석, 「홍어와 지역정체성 –흑산도·목포·영산포를 중심으로-」, 『도서문화연구』 제32집, 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원, 2008. 박종오, 「홍어잡이 방식의 변천과 조업 유지를 위한 제문제」, 『한국학연구』 제28집, 고려대학교 한국학연구소, 2008. _____, 「당산제에 반영된 생태환경의 변화와 강(江) 문화 흔적 -나주시 공산면 상구마을 당산제를 대상으로-」, 『남도민속연구』 48집, 남도민속학회, 2024. 윤형숙, 「홍어요리의 상품화와 전라도 지역 정체성 –일상/의례 음식에서 별미 요리음식으로-」, 『한국민족문화』 제32집, 부산대학교 한국민족문화연구소, 2008. 조정규, 「홍어와 가오리의 음식문화권 연구 -광주·전남을 중심으로-」, 『문화역사지리』 제28권 제2호, 한국문화역사지리학회, 2016. 《규장각원문검색서비스》(https://kyudb.snu.ac.kr/main.do) 글쓴이 박종오 전남대학교 호남학연구원 학술연구교수 |
|||||||||||||
Copyright(c)2018 재단법인 한국학호남진흥원. All Rights reserved. |
|||||||||||||
| · 우리 원 홈페이지에 ' 회원가입 ' 및 ' 메일링 서비스 신청하기 ' 메뉴를 통하여 신청한 분은 모두 호남학산책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 호남학산책을 개인 블로그 등에 전재할 경우 반드시 ' 출처 '를 밝혀 주시기 바랍니다. |
|||||||||||||
로그인
회원가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