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속의 재발견] 정재에서 다치믄 측간 가서 빌어. 그라믄 낫어 게시기간 : 2026-04-16 07:00부터 2030-12-24 21:21까지 등록일 : 2026-04-14 10:29
재단법인 한국학호남진흥원
민속의 재발견
|
|||||||||||||
|
“민속학은 과거 우리 선조들이 살아온 삶을 살펴 오늘날의 모습과 비교해 보고 이를 통해 미래를 예측해 보는 학문이다. 선조들의 삶은 이야기, 노래, 의례, 놀이, 신앙 등에 전승되는 기억의 역사이다.”
1. 삶을 가능케 하는 최소한의 일 : ‘짓다’ 집은 사람이나 동물이 추위, 더위, 비바람 따위를 막고 그 속에 들어 살기 위하여 지은 건물을 말한다. 한자로는 일반적으로 ‘家’라고 표기한다. 조선 전기 학자 최세진(崔世珍, 1468~1542)이 어린이들의 한자 학습을 위하여 1527년에 간행한 《훈몽자회(訓蒙字會)》에는 집의 뜻을 가진 여러 글자가 있다.
먼저, 궁(宮)은 ‘宀’과 ‘呂’를 합쳐 만든 글자로, ‘宀(면)’은 집을, ‘呂(여)’는 ‘척추뼈’의 연결처럼 “여러 개의 방이 잇단 모양을 드러낸다.”라는 뜻을 가진다. 그래서 궁은 방을 의미한다. 진한(秦漢) 이후 제왕의 궁전, 또는 제왕이 사는 곳을 지칭하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 경북궁, 창덕궁이 그 예이다. 다음으로 택(宅)은 ‘宀’과 ‘乇’을 합쳐 만든 한자이다. ‘乇(탁)’은 ‘고개 숙인 이삭 모양’으로, 이삭이 줄기에 ‘의지함’을 나타낸다. 궁(宮)과 마찬가지로 기본적으로 집을 의미하지만, 택(宅)은 임금들이 사는 곳이 아니라 일반 사람들은 사는 집을 말한다. 家는 ‘宀’과 ‘豕’를 합쳐 만든 한자인데, 보편적으로 ‘집’의 뜻을 가지고 있다. 家를 나누어서 보면, 밑 부분에 ‘豕(시)’가 있다. ‘豕’는 돼지를 뜻하는 것임으로 ‘家’는 돼지를 한 지붕 밑에서 키우는 ‘오막살이집’을 뜻한다. 그래서 ‘家’는 ‘가난한 사람들은 사는’ 곳이라고 본다. 그런데 ‘家’라는 글자에 관해 ‘조상 제사 지내는 건축물(사당, 묘당)’을 의미하는 단어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갑골문에는 ‘家’ 속에 돼지를 뜻하는 ‘豕’ 대신 개를 뜻하는 ‘犬’이 들어 있다고 한다. 고대 중국에서 개는 제의(祭儀) 희생물 중 하나였다. 그래서 제사를 바치는 신성한 장소의 터를 닦을 때 “악령을 쫓고”, “신에게 비는 뜻이 잘 전달되도록” 개를 잡아 묻었다고 한다. 때문에 ‘家’는 사람이 사는 거주 공간이 아니라 신을 모시는 공간이었다는 것이다. 이후 생활이 발전하면서 ‘家’는 사람이 사는 집을 가리키게 되었고, 점차 의미의 폭이 넓어졌다고 한다. 그리하여 같이 사는 식구를 토대로 가족(家族), 가정(家庭), 가문(家門)과 같은 말이 만들어졌으며, 김가(金家), 박가(朴家)처럼 같은 씨족을 가리키는 말로도 쓰이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말 ‘집’에 관한 어원은 명확히 알 수가 없다. 다만, ‘짓다’라는 단어에서 생겨났을 것으로 추정하기도 한다. 그런데 ‘짓다’라는 단어는 삶을 지탱하는 중요한 요소에 사용되고 있다. 즉 밥을 해 먹는 일도 ‘밥을 짓다’라고 쓰고, 옷을 만드는 일도 ‘옷을 짓다’라고 한다. 헐벗고 굶주리고 한뎃잠을 자는 것만큼 괴로운 일이 있을까? 그러기에 ‘짓다’라는 낱말은 삶을 가능케 하는 최소한의 일을 뜻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초기의 집은 추위와 더위, 비바람 정도를 막아 줄 정도의 단순한 구조였다가 점차 다양한 공간이 덧대어져서 공간 분화가 이루어졌을 것이라 여겨진다. 기능에 따라 공간과 건물이 분화되면서 단순한 생활공간을 넘어 신(神)과 만나는 성화(聖化) 공간으로도 인식된 모양이다. 이처럼 특정한 공간이나 건물의 공간에 신이 존재하면서 가족을 비롯한 집안의 안녕, 재산 등을 지켜 주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믿는 것을 ‘가신신앙(家神信仰)’ 혹은 ‘가택신앙(家宅信仰)’이라고 한다. 집안의 중심인 대청에는 집안 전체를 관장하는 ‘성주(城主)’가 있고, 큰방 아랫목에는 아이들의 수명을 관장하는 ‘삼신(三神, 혹은 산신 産神)’이, 그리고 윗목에는 ‘조상신(祖上神)’이 자리한다고 여긴다. 부엌에는 불을 관장하는 ‘조왕신(竈王神)’이, 광에는 집안의 재물을 관장하는 ‘업신(業神)’이 있으며, 마당에는 집터를 지키는 터주신(터-主神, 혹은 터줏대감)이 자리하고 있다. 장독대에는 천룡신(天龍神)이, 우물에는 용왕신(龍王神)이 있으며, 변소에는 측신(厠神, 혹은 뒷간신)이 있다. 집안 출입구를 관장하는 ‘대문신(혹은 수문장 守門將)’도 존재한다. 여기에 더해 말이나 소를 돌보는 ‘우마신(牛馬神)’이 언급되기도 한다. 이러한 집안 신〔家神〕은 자기가 맡은 공간을 책임지고 수호함으로써 가정이 편안하고 복이 밖으로 나가는 것을 막아 주는 역할을 한다. 2. 미묘한 관계 사이에 자리하다 : 성주, 조왕, 측신 성주신은 가신 중에서 으뜸 신으로 집안의 길흉화복을 관장한다. 가신은 위계가 없다고 여기지만, 그래도 성주를 가장 높은 신으로 여긴다. 그리고 성주는 집안의 남자 주인과도 관련이 있다. 성주신은 가신의 대표 신이고, 집안 남자 주인은 가족의 대표이다. 이들 두 대표에 의하여 가운(家運)이 기본적으로 영향을 받는다고 믿는다. 그래서 집안의 남자 주인을 성주라고도 부르기도 한다. 그런 관념에서 성주는 남자 신으로 신격화되어 있다. 우리 지역에서는 설과 추석에 차례상을 차리거나 제사상을 차릴 때 성줏상을 함께 차릴 정도로 성주를 위한다. 아울러 평소 집안에서 새 음식을 할 때뿐만 아니라 2월 초하룻날, 유두, 백중, 9월 중구 등 농사 명일에도 음식을 차려 위하였다. 성주는 으뜸 신이기에 집안의 중심인 대청의 상기둥에 자리 잡고 있다고 여긴다. 신체(神體)는 지역에 따라 한지를 절반으로 접고 실타래와 띠풀을 감아 놓기도 하고, 성주독 등으로 표현된다. 우리 지역에서는 나락이나 쌀을 채워 둔 성주독을 대들보 아래에 둔다. 성주독 안에 들어 있는 곡식은 매년 새 곡식이 나올 때 바꿔주는데, 독 안에 들어 있던 곡식은 밥을 지어 가족끼리 먹는다. ‘집안의 복을 가족이 나누는 것’이기에 다른 사람들에게 주지 않는 것이다.
조왕신은 불을 관장하는 신이기에 부엌에 자리 잡고 있다. 불을 관장할 뿐만 아니라 집안의 길흉화복과 자손들의 안녕과 건강 등에도 관여한다. 신체는 ‘조왕 중발(보새기)’이라고 불리는 그릇이며, 일정한 시간적 간격을 두고 깨끗한 물을 갈아 준다. 조왕신이 음식에 관여한다는 기능은 명확히 드러나지 않지만, 부엌에 거주하기 때문에 음식과도 연관시키기도 한다. 《삼국지(三國志)》 〈위서 동이전(魏書東夷傳)〉 변진 조에는 ‘조왕’과 관련된 내용이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다. “변진(弁辰)은 진한(辰韓) 사람들과 뒤섞여 살며 성곽(城郭)도 있다. 의복과 주택은 진한과 같다. 언어와 법속(法俗)이 서로 비슷하지만, 귀신에게 제사 지내는 방식은 달라서 문의 서쪽에 모두 조신(竈神)을 모신다.”
(弁辰與辰韓雜居, 亦有城郭. 衣服居處與辰韓同. 言語法俗相似, 祠祭鬼神有異, 施竈皆在戶西.)
기록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집에서 조왕을 모신 것은 오래된 것으로 여겨지며, 조왕을 모시는 방법은 집마다 다르지만, 모시는 장소는 문의 서쪽으로 동일하게 정해졌음을 알 수 있다. 우리 지역에서는 정재(부엌)의 아궁이 위에 ‘보새기(보시기)’ 형태로 조왕을 주로 모신다. 조왕 보새기는 아궁이 위의 부뚜막에 올려놓기도 하고 혹은 아궁이 위의 벽에 작은 판자를 대어 자리를 만든 다음 접시에 받쳐 올려놓기도 한다. 조왕 앞에서는 자손들이 잘되기를 기원하며 비손한다. 조왕 보새기의 물은 매일 갈아 주기도 하지만, 매달 초하루나 초사흘, 혹은 보름에 한 번씩만 갈아주기도 한다. 집안에 우물이 없어 마을의 공동 샘을 이용할 경우, 다른 사람보다 먼저 물을 길어와 조왕 보새기의 물을 갈아주는 것이 좋다고 여겼다. 이전에 조왕 보새기에 담겨 있던 물은 지붕에 버린다.
가신 중에서 사람들이 유난히 무서워하는 신도 있다. 바로 측신 즉, 뒷간신이다. 뒷간신은 측간(혹 뒷간) 즉 변소를 관장하는 신으로, 신경질적인 젊은 여신으로서 관념화되어 있다. 헛기침하지 않고 변소에 들어가면 화를 내 탈을 일으킨다고 여기며, 그 탈은 굿을 해도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한마디로 성질 더럽고 무서운 신(神)인 셈이다. 그러면 왜 유독 뒷간귀신은 이렇게 악한 신이 되었을까? 제주도에 전하는 <문전본풀이>에는 다음과 같이 그 이유를 설명한다. “남선고을의 남선비와 여산고을의 여산부인이 일곱 아들을 두고 가난하게 살았다. 어느 날 남선비는 배를 타고 장삿길에 나섰다가 노일제대귀일 딸의 꾐에 빠져 재물을 탕진하고 눈마저 멀게 된다. 여산부인이 남편을 찾아 나섰다가 남선비를 만나지만, 노일제대귀일의 딸에 의해 죽임을 당한다. 노일제대귀일의 딸은 여산부인인 척하면서 남선비와 함께 남선고을로 돌아온다. 자신이 친어머니가 아님을 눈치챈 일곱 형제를 죽이려고 하지만, 간계가 들통나 화장실에 들어가 목을 매어 자살한다. 일곱 형제는 환생꽃으로 주천강 연못에 빠져 죽은 어머니를 살려 조왕신으로 모시고, 화장실에서 죽은 노일제대귀일의 딸은 화장실의 신인 측도부인(厠道婦人)이 되었다.”
-<문전본풀이>- 요약 <문전본풀이>는 제주도 무당굿에서 심방(무당)이 문신(門神)의 내력을 노래하는 것으로 위의 것은 그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문전본풀이> 내용에 따르면 조왕은 남선비의 본처이고, 노일제대귀일의 딸인 측간신은 첩이었다. 따라서 조왕과 측간신은 사이가 좋지 않은 관계인지라 부엌과 화장실을 서로 멀리 떨어뜨려 놓았다. 그뿐만 아니라 측간의 물건은 부엌으로, 부엌의 물건은 측간으로 가져가면 않는다. 서로서로 미워하는 까닭에 측간에서 다치면 부엌에 가서, 부엌에서 다치면 측간에 가서 비손하면 서로 낫게 만들어 준다는 이야기도 있다. 어찌 되었든 측간신은 살아생전의 악행뿐만 아니라 자살로 삶을 마감하였기에 죽은 후에도 그 악행이 사람에게 미칠까 염려하는 모양이다. 우리 지역에서 측신은 특별한 신체가 없다. 다만, 측신은 두려운 존재로 인식한다. 측간에서 넘어지면 일어나기 어려운데, 이는 그만큼 측간신이 무섭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를 막음하려면 성주에 밥을 차린 다음, 측간신에게도 음식을 차리고 낫게 해주기를 빌어야 한다. 시집간 딸이 아이를 낳아 처음 친정 방문을 할 때 가장 먼저 측신에게 인사를 해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이가 탈이 난다고 여긴다.
측신은 악신(惡神) 쪽에 해당한다. 평생 ‘못된 짓’만 하다가 죽어 귀신이 된 존재로서 사나운 신이 될 소지는 충분하다. 예전 우리네 측간은 집과는 떨어진 외진 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그러기에 어두운 밤, 멀리 떨어져 있는 측간은 홀로 가기에는 공포의 공간으로 인식되었을 것이고, 이러한 관념에서 측간신에 대한 공포가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측간신이 놀라는 것을 싫어한다는 것은 한국의 재래식 변소를 갈 때 지켜야 하는 인기척을 유도하려는 방편에서 생긴 것으로 보인다. 3. 우리집은 내가 지킨다 : 업, 터주 업신(業神)은 집안 재물의 운수를 관장한다. 그렇지만, 정기적으로 의례를 거행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업신은 대체로 곳간이나 헛간, 혹은 지붕이나 노적가리 등에 깃들어 있다고 믿는다. 우리 지역에서 업은 주로 구렁이나 두꺼비 등으로 표현된다. 때로는 사람이 업이 되는 경우도 있다. 집 앞에 버려두고 간 아이를 ‘업둥이’라고 부르며 키웠는데, 이는 집안에 부를 가져다줄 소중한 사람처럼 여긴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업이 들어오면 재산이 들어와 부자가 되고 업이 나가면 재산이 빠져나가 망한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평소 업을 보려고도 하지 않는다. 집안이 망하려면 업이 나타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집안이 망할라믄 나와. 집이 안될라믄 망할라믄 나와.
지금도. 지금도. 지금도 배암 나오믄 안좋아. (조사자 : 지금도요. 뭐 실재 뱀 나와갖고 안좋은 적…….) 한~나{전혀} 좋은 일 없어. 배암나오믄. (조사자 : 안좋은 일 겪으신 이야기 들어본 적 있어요?) 사램이 죽는단게 누가 죽어도. 비암이 나오믄. 그 비암을 때려 죽이불고 어쩌고. 안죽이도 안좋아. 안죽이도 안좋아. 여하튼 눈에 띄면 안좋아. [청중이 뱀이 나오면 좋지 않다는 말을 한다] 응. 벌써 안좋을라 한 것이 나와. (조사자 : 들짐승이 나오면요?) [고개를 좌우를 흔들면서] 뱀이 나오며는. 뱀이. [청중들이 뱀에 대해서 여러 말을 한다] 그리여. 옛날에는 죽쒀갖고. 그 구랭이가 나오믄 죽쒀갖고 이제 한하고{많이} 떠놓으며는. 고 놈이 사람이 입을 안대고 떠놓으며는 묵고 남은 놈이 있으며는 그걸 사램이 묵어야 한다고 그랬어. 옛날에. 안묵으면[제보자 말과 겹쳐 들리지 않는다] 한하고 떠 놓가니. 솥을. 뱀 길목에다 퍼놓다. 그리면 딱~ 보며는 비암이 할짝할짝 먹는다 해라우. - <구렁이업과 흰죽>, 《한국구비문학대계》, 담양군 편, 위의 이야기에서 업은 ‘구렁이’로 상징된다. 이를 우리 지역에서는 ‘대맹이’라고 한다. 구렁이가 나타나면 집안이 망할 징조이기 때문에 집을 떠나지 않게 하려고 여러 가지 방법을 한다. 업이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들어가라고 머리카락을 태워서 냄새를 피우거나, 고춧대로 불을 피운다. 때로는 위의 이야기처럼 흰죽을 쒀서 대접하기도 한다. 업이 사람들 눈에 자꾸 띄면 그 집 살림이 망하게 되기 때문에 ‘업맞이’를 한다. 업맞이는 당골을 불러서 하는데, 종이 한 장에 업 한 쌍을 서로 머리가 마주 보게 그린 다음, 뱀의 입이 있는 곳에 두꺼비를 그려놓는다. 다음으로 당골이 업을 부른 뒤, 그 집의 사람 머리 위에 업을 그린 종이를 올려놓고 백지로 둘둘 말린 신칼로 머리 위의 업을 올려본다. 업이 다시 들어올 집이면 종이로 만든 업이 신칼을 따라 졸졸 올라오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떨어지고 만다.
터주는 집의 터를 지켜 주는 신으로, 집안의 평안과 택지(宅地)의 안전을 관장한다. 터주가 관장하는 영역은 집이 안치되어 있는 터, 즉 울타리 안이 된다. 집 건물이 들어앉아 있는 터도 물론 포함되지만, 건물의 수호는 따로 성주가 관장한다. 집터의 운이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에게 미치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즉, 터줏대감은 업과 함께 사람의 재수, 특히 재물의 운수를 관장한다고 믿는다. 우리 지역에서는 철륭과 혼재되어 이야기되기도 하고, 특별한 신체가 없이 그저 집터를 지켜 주는 신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철륭은 집 뒤꼍 또는 장독대 등에 있으며, 신체(神體)는 오가리(단지)를 짚 주저리로 씌운 형태다. 단지 안에는 쌀과 한지(韓紙), 또는 한지만을 넣은 형태도 있다. 처음 모실 때는 깨끗한 오가리(항아리)에 그해에 난 새 나락을 베어다가 찧어서 넣고 뚜껑을 덮어놓는다. 철룡 오가리의 쌀은 성주 동우와는 달리 매년 갈지 않고 그대로 놔둔다. 이를 터주신으로 이야기 하기도 한다.
특별한 신체 없이 집터를 지켜 주는 신으로 인식하는 경우 특별히 행하는 의례는 없다. 다만, 집터의 기운이 강한 경우에는 정월 14일 밤에 콩, 팥, 보리, 수수, 녹두 등을 넣은 오곡 잡곡밥을 지어서 집의 사방에 뿌리기도 하고, 흰 털을 가진 개를 키워 집터의 기운을 누르기도 한다. 때로는 동짓날 팥죽을 쑤어서 집의 사방에 뿌리기도 한다. 이는 지신(地神)을 위함과 동시에 잡귀 잡신을 몰아내고 액을 몰아내기 위한 행위이다. 터주신은 보통 터줏대감이라고 많이 부르는데, 비유적표현으로 어떤 분야나 집단의 구성원 중에서 가장 오래된 사람을 ‘터줏대감’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4. 여전히 이어지는 소망 1766년 조선 영조 때 유중림(柳重臨, 1705~1771)이 홍만선(洪萬選, 1643~1715)이 지은 《산림경제(山林經濟)》를 보충하여 간행한 《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 점복(占卜) 조에는 이사와 관련하여 행해야 할 일을 다음과 같이 기록하였다. “집을 짓기 시작하여 완성되는 날의 제식(祭式)에는 향초(香炯)·단술[酒醴]과 깨끗한 물 한 사발, 버드나무 한 가지 혹은 나물 한 접시를 신위 앞에 놓고 천신(天神)•지신(地神)•가신(家神)에게 절하며 제사 지내며 주문을 외운다. …<중략>… 이 말을 세 번 외우고 끝나면 두 번 절하고 일어난다. 뒤에 해마법(解魔法)을 쓰고 가신과 조왕신(부엌신)에게 절하고 끝낸다. 신 위 앞에 놓았던 깨끗한 물을 버드나무 가지로 문과 기둥 곳곳에 골고루 뿌리며 주문을 외운다.”
(起房工完日祭式用香炯酒醴幷淨水一椀楊柳一枝或青菜一楪置於神前拜祭天地家神口誦云 …<中略>… 念三遍畢再拜而起後用解魔法拜家神竈神畢用神前净水以其柳枝遍酒門柱各處口誦云) 여기에 보면 이사할 때는 향초, 술, 정화수, 버드나무가지 혹은 푸성귀를 준비하여 천지(天地), 가신(家神)에게 제사를 지낸다. 특별히 가신과 조왕신에게 절을 하고 제사를 끝내는데, 이때 정화수를 문이나 기둥에 뿌리면서 집안에 좋은 일만 생기도록 빈다고 하였다. 여기서 주목해 볼 것은 일반 가신과 함께 특히 조왕신에게 제사를 지내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부엌과 불(불씨)을 관장하는 조왕의 지위와 의미를 특별히 강조하고 있다. 또한 가신과 조왕에게 제사를 지낼 때 정화수를 문이나 기둥에 뿌린다고 한 것은 일종의 정화 의례라 볼 수 있다. 가신과 조왕신에게 지내는 제사는 집의 생명력을 왕성하게 하고, 그 집에서 살 가족의 안녕을 기원하기 위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이를 통해 보면 예로부터 가신에 관한 주술, 종교적 의식이 수반되어 왔음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주호민 작가가 한국의 민속 신들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웹툰 〈신과함께〉는 총 3부로 이루어져 있으며, 저승, 이승, 신화를 각각 다루고 있다. 이중 이승 편은 ‘성주’•‘조왕’•‘측신’ 등의 대표적인 가신을 중심으로 하는 에피소드이다. 재개발로 집이 사라질 위기에 처한 동현이네 안방 성주단지에서 지내는 성주는 현신하여 인간의 모습으로 다른 신들과 함께 철거를 막기 위해 노력한다. 그중 성주는 산들중 우두머리 격으로 존재한다. 그러나 성주단지가 깨지면서 결국 소멸하게 되었다. 성주신의 소멸은 결국 동현이의 가정이 해체될 것임을 암시하는 것이며, 현대사회에서 전통적인 가정신앙의 붕괴를 상징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웹툰 〈신과함께〉는 〈신과함께-인과 연(2018)〉으로 영화화 되기도 하였다.
아파트 중심으로 생활문화가 바뀌어 가는 요즘에도 여전히 부엌 싱크대 위에 조왕 그릇을 올리는 사람이 있고, 거실에 차례상이나 제사상을 차릴 때 성줏상을 함께 차리는 사람들도 여전히 있다. 그리고 집을 지켜주는 업이 나가 어떤 집안이 망했다는 이야기는 교훈처럼 회자(膾炙) 되기도 한다. 여전히 집을 지켜 주는 신은 우리 주변에 존재하고 있으며, 함께 생활하고 있다. 집안의 구성원과 재물을 보호하는 가신의 존재를 통해 ‘가족(家族)’임을 확인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도움받은 자료
《三國志》
《訓蒙字會》 《增補山林經濟》 제주 <문전본풀이> 《한국의 가정신앙-전라남도 편》, 국립문화재연구소, 2008. 羅程黙, 「훈몽자회 ‘宮宅’, 官衙‘ 부 자훈 연구」, 중앙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논문, 2014. 박종오, 〈머무는 귀〉, 《국유정담》, 국가유산진흥원, 2022 봄•여름호. 배영동, 「집들이 풍속의 전통과 변화」, 『비교민속학』 32, 비교민속학회, 2006. 허남춘, 「〈문전본풀이〉에서 집과 인간과 자연의 관계」, 『한국무속학』 42집, 한국무속학회, 2021. 《규장각원문검색서비스》(https://kyudb.snu.ac.kr/main.do) 《제주학연구센터》(http://www.jst.re.kr/main.do) 《한국구비문학대계》(https://kdp.aks.ac.kr/inde/gubi) 글쓴이 박종오 전남대학교 호남학연구원 학술연구교수 |
|||||||||||||
Copyright(c)2018 재단법인 한국학호남진흥원. All Rights reserved. |
|||||||||||||
| · 우리 원 홈페이지에 ' 회원가입 ' 및 ' 메일링 서비스 신청하기 ' 메뉴를 통하여 신청한 분은 모두 호남학산책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 호남학산책을 개인 블로그 등에 전재할 경우 반드시 ' 출처 '를 밝혀 주시기 바랍니다. |
|||||||||||||
로그인
회원가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