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유산, 기록과 현장] 영광 불갑사, 유적건조물 ‘사적’과 역사문화경관 ‘명승’ 게시기간 : 2025-09-05 14:00부터 2030-12-24 21:21까지 등록일 : 2025-09-02 15:07
재단법인 한국학호남진흥원
문화유산, 기록과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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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 불갑사 산지 일원(靈光 佛甲寺 山地 一圓)이 2024년 2월 19일 국가지정문화재 명승으로 지정되었다. 불갑사와 모악산 불갑산 산지 일원 3,726,402㎡가 대상이었다. 그 지정 사유를 보자. - 영광 불갑사 산지 일원의 불갑사는 오랜 연혁을 간직한 천년고찰로 알려져 있고, ‘불갑사(佛 甲寺)’라는 명칭은 불교 사찰 중 으뜸이 된다는 뜻으로 불국토 도량으로써 상징성이 큰 곳 임. 특히 이곳은 들어가는 해를 공경히 전송한다는 전일암(餞日庵)과 바다를 배경으로 지는 해를 보았다고 전해지는 해불암(海佛庵) 등 아름다운 서해낙조를 조망하는 명소임.
- 불갑산 정상에 연의 열매 모습과 닮아있는 연실봉을 비롯하여 불갑사 산지일원에는 부처바위, 용대 등 기암괴석과 조화된 산세 경관이 우수하고 천연기념물인 참식나무 군락지, 큰 규모의 상사화 군락지도 포함하고 있어 생태적, 학술적 가치도 갖춘 명승지임. 그 외에도 왕명으로 국가기우제를 지낸 기록이 있는 역사적인 명산으로 알려져 있음. 지정의 근거기준은 ①종교‧사상‧전설‧사건‧저명한 인물 등과 관련된 것, ②정자·누각 등의 조형물 또는 자연물로 이루어진 조망지로서 자연물‧자연현상‧주거지‧유적 등을 조망할 수 있는 저명한 장소인 것에 해당한다. 당시 「문화재호법」 관련 조항에 근거했다. 지금은 「자연유산의 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률」이다. 2024년 5월부터 ‘문화재’ 제도가 ‘국가유산’ 체제로 변경되었다. 이에 따르면 옛 문화재, 즉 국가유산은 문화유산, 자연유산, 무형유산으로 구분하게 되었다. 저 ‘영광 불갑사 산지 일원’의 지정 유형 ‘명승’은 자연유산에 속한다. ‘문화유산, 기록과 현장’이라는 이 글과는 거리가 있다. 그럼에도 다루려는 것은,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점, 그리고 원래 문화유산인 사적 지정 추진으로 시작했다는 점이다. 먼저, 그 경계는 불갑사 ‘유적 건조물’로 보면 문화유산-기념물(사적)에 해당하는데, ‘역사문화경관」으로 보면 자연유산-명승에 해당한다. 그런데 명승이라도 불갑사가 주된 공간이라는 점에서 역사문화경관 명승의 경우 문화유산과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것이다. 2022년 4월 29일 불갑사 사적 지정을 위한 학술세미나가 열렸다. 발표주제는 14~18세기 영광 불갑사의 역사와 위상( 발표 손성필/ 토론 김성연), 17~18세기 불갑사 중창으로 본 조선후기 가람배치와 건축 특성(도윤수/한동수), 기록자료로 살펴 본 조선후기 불갑사 조각승과 승려 문중(조태건/최선일), 불갑산 불갑사 산내암자 역사와 현황(박영민/한성욱), 불갑사 국가 사적 지정의 당위성과 보존·정비 방안(류호철/이은석)이었다. 토론 사회자로 참여 하였다. 이를 토대로 사적 신청서가 작성되었다. 필자도 의견서를 곁들였다. “불갑사는 모악산을 조산으로 자리잡은 호남의 유서깊은 명찰이다. 서해의 바닷길을 통하여 불법이 처음 전래된 곳이라 하는 법성포(法聖浦)와 연결되어 사찰의 명칭도 “불사의 으뜸 된다(佛寺之所宗)”는 뜻에서 불갑사(佛甲寺)라 하였다. 법당의 상량문에서 “정원원년개조(貞元元年改造)”의 기록이 있었다는 수은 강항이 지은 불갑사중수권시문(佛甲寺重修勸施文) 내용을 통해 통일신라(785년 원성왕1) 창건 연기를 알 수 있다. 고려시대 들어 왕사 각진 복구의 하산소로서 현재까지도 그 역사성이 이어지고 있다. 조선시대 들어 대웅전, 대웅전과 명부전 등의 존상, 사천왕상, 불화, 불복장 전적류 등 다양하고 귀중한 성보유산이 전하고 있으며, 벽암각성이나 조각승 무염 등이 활동하였다. 이같은 불갑사의 역사적 전통은 현대에까지 장기 지속되면서 마라난타 불교대학 등 영광 중심으로 호남권 서부 지역의 역사 문화와 종교 신앙의 복합공간으로서 의의가 있으며 다음과 같은 가치를 지니고 있다. 첫째, 고려~조선시대의 불교 사회·문화 생활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정보를 보유하고 있다. 보물 대웅전, 대웅전 목조석가여래삼불좌상, 사천왕산과 팔상전 등의 불복장 전적, 전라남도 유형문화재 목조 석가여래삼존상과 나한상, 영산회상도, 동종 등 13종의 지정문화재를 포함하여 고려~조선시대의 사찰 유구 등 다양한 시대와 형식의 성보 유산을 보유하고 있어 가치가 있다. 참식나무 자생북한지는 불갑산과 모악산의 생태문화와 불갑사의 외호 수림으로서 사찰문화와 연계된 정보를 나타내 주고 있다. 팔상전에서 나온 복장전적에서는 1378년(고려 우왕 4) 간기가 있는 목판본이 있어 고려 이후 조선시대 중기까지 불갑사의 역사에 대한 정보를 역사학과 서지학적으로 증빙해 준다. 사천왕산, 명부전, 팔상전 등의 전적은 영광을 중심으로 인근의 고산(高山), 순천(順天), 광주(光州), 담양(潭陽), 나주(羅州), 순창(淳昌) 등의 전라도 지역을 비롯하여 경상도 지역에서 간행한 판본들이 군집되어 있어 14세기~17세기의 불교문화의 중요한 정보를 제공해 주고 있다. 둘째 장소로서의 역사성이다. 고려시대 왕사(진각 복구)의 하산소로서 역사적 장소로서의 위상이 높고, 조선시대를 거쳐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법등이 어어져 오는 사찰은 극히 드물다는 점에서 역사적 가치가 있다. 역사적으로 고려시대 국사와 왕사의 하산소는 38개소가 알려져 오는데 영광 불갑사, 문경 봉암사, 보은 법주사(사적), 군위 인각사, 고양 태고사, 영주 부석사, 청도 운문사 등 극히 일부만 사찰이 유지되고 있다. 서산 보원사, 원주 거돈사, 산청 단속사, 수원 창성사, 양주 회암사(사적), 충주 억정사 등은 사지로 전하고 있다. 일부는 절터마저 알 수 없는 실정이다. 이처럼 불갑사는 고려시대 왕사 하산소로서의 위상과 지금까지 현존 사찰로서 불법을 전하고 있다는 점에서 역사적 장소로서의 가치가 크다. 셋째 인물로서의 역사성이다. 고려의 왕사 각진 복구는 당시 국왕이 만년에 불갑사에 머물도록 하였고 1350년(충정왕 2)과 1352년(공민왕 1)에 왕사로 책봉되었고, 공민왕의 국서를 불갑사에서 받게 된다. 입적한 뒤에는 국왕이 사자를 보내 조의를 하고 사호를 각진국사로 내리고 비석과 승탑을 세운다, 각진 복구는 국왕의 뜻에 따라 불갑사에 머물렀고 왕사가 되고 국왕이 국서를 보내올 만큼 역사적으로 활동한 고승이다. 지금도 승탑과 탑비가 불갑사에 남아 있다.” 학술조사, 학술세미나, 신청서 작성 등의 절차를 거치던 중 ‘명승’ 지정 논의가 더해졌다. 다른 사찰의 사례처럼 ‘사적’과 ‘명승’을 함께 추진해 보자는 것이다. 다른 사찰의 사례를 보자. 해남 대흥사, 순천 송광사와 선암사, 구례 화엄사 등이다. 2009년에 사찰명으로는 사적이 되었고, 두륜산 대흥사 일원, 조계산 송광사와 선암사 일원, 지리산 화엄사 일원은 명승이 되었다. 두 종류 국가유산으로 지정된 것에 대해서는 그 이전에 추진한 사항도 기억되어야 할 것이다. 선암사 등은 1984년 전라남도 문화재자료로 지정되었다. 지금의 문화유산자료이다. 1998년에 ‘사적 및 명승’으로 승격 지정되었다. ‘사적 및 명승’은 지금은 지정 종별에 들어 있지 않은데, 당시 경주 불국사가 1963년에 ‘사적 및 명승’으로 지정된 점을 비겨 전라남도에서 선제적으로 ‘사적 및 명승’ 지정을 추진하였다. 화엄사, 선암사, 송광사, 대흥사가 지정되었다. 2009년에 지정 종별을 정비하면서 ‘사적 및 명승’은 해제되고 천년고찰들이 사적과 명승으로 나뉘어 2종이 지정된 것이다. 이같은 지정은 선암사와 대흥사가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 7개소에 들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될 때에도 보존관리 평가에서 큰 역할을 하였다. 아쉬운 것은 백양사도 ‘사적 및 명승’ 지정 신청을 했으나 국가지정 건조물 유산이 없어서 지정되지는 못하였다. 오랫동안 불갑사를 다듬어 온 취암당 만당(翠巖堂 滿堂) 종사의 원력에 따라 불갑사 일원 명승 지정 신청 의견서를 다시 작성하였다. 길지만 인용해 본다. “천년고찰 불갑사가 있는 불갑산은 해발 516m로 국가지정문화재 천연기념물 제112호 참식나무 자생북한지와 환경부 멸종위기 희귀 야생식물 Ⅱ급 진노랑상사화를 포함한 상사화속 7종 중 6종이 자생하는 곳이다. 불갑산 불갑사의 역사문화경관 명승지로서의 특징을 살펴보자. 첫째, 불갑산은 불국토 도량의 산이다. 불갑산은 산명에서 불교를 상징하는 불(佛)과 으뜸의 의미인 갑(甲)이 들어가 불국토 도량으로서의 상징성이 있다. 고려의 학자 이달충(李達衷, 1309∼1384)이 왕명에 따라 지은 고려시대 각진국사의 비명에 “임금이 오성 불갑사를 주시니(君賜筽城佛岬山)”라는 구절의 게송이 있는데 불교 국가 고려에서 왕명으로 불갑산을 표기할 만큼 불갑산=불갑사는 동일시 되고 있다. 불갑산은 모악산(母岳山)으로도 썼는데 조선초기 왕명으로 편찬한 관찬 지리지인 『신증동국여지승람』 (1481년/1530년) 영광조의 불갑사, 함평조의 고산사(高山寺)·월량사(月良寺)·용천사(龍泉寺)·죽림사(竹林寺)가 모악산에 있다는 기록이 있다. 그리고 해불암(海佛庵), 오진암(悟眞庵), 전일암(餞日庵), 명도암(明道庵), 증지암(證智庵), 불영대(佛影臺), 심적암(深寂庵), 남암(南庵), 내원암(內院庵), 선대(仙臺), 부도암(浮屠庵) 등 산내 암자도 즐비하였다. 둘째, 불갑산은 국가 기우제의 명산이다. 불갑산은 모악산(母岳山)으로도 썼는데 『신증동국여지승람』 (1481년/1530년) 영광군 산천조에 “모악산(母岳山)은 [영광]군의 남쪽 20리에 있다. 산중에 용굴(龍窟)이 있는데, 깊이는 헤아릴 수 없고, 가뭄에 비를 빌면 효험이 있다(母嶽山 在郡南二十里 山中有龍窟 深不可測 天旱禱雨 有應)”라 하여 기우제를 지낸 명산 기록이 있다. 『조선왕조실록(중종실록)』에 1527년(중종 22) 5월 29일(을사) 왕명으로 팔도 관찰사에게 기우를 지내 응답이 있는 곳에 치제하게 하도록 하는데 전라도 영광 모악산(母岳山)이 들어 있어 불갑산은 왕명으로 국가 제사를 지낼 만큼 역사적 의의가 있는 명소이다. 셋째, 불갑산은 생태계 보고의 산이다. 천연기념물 제112호 참식나무 자생북한지와 환경부 멸종위기 희귀 야생식물 Ⅱ급 진노랑상사화를 포함한 상사화속 7종 중 6종이 자생하는 곳이다. 식물상은 진노랑상사화, 참식나무, 산기장, 중나리, 남오미자, 송악 등 306종에 이른다. 송악은 산림보호법과 영광군 조례에 따라 노거수로 지정(2021년)되었다. 이 같은 다양한 식물상을 생태 기반으로 불갑산에는 동물(포유류) 8종(수달, 삵, 두더지, 오소리, 멧돼지, 고라니 등), 조류상 25종(붉은배새매, 왜가리, 꿩, 멧비둘기, 파랑새, 딱다구리 등), 양서·파충류 5종(무당개구리, 청개구리, 참개구리, 유혈목이, 살모사), 육상곤충류 63종(등검은 실잠자리, 고마로브집게벌레, 직시장님 노린재 등), 육상동물상 14종(갈겨니, 참갈겨니, 밀어, 다슬기, 동양하루살이 등) 등 식물상 306종을 포함하여 생태자연자원 421종이 서식하고 있는 생태계 보고의 산이다.(‘불갑산도립공원계획 결정’에 따른 지형도면 승인 고시 자료 인용) 이 가운데 붉은배새매와 수달은 천연기념물로 종(種) 지정이 된 바 있다. 넷째, 불갑산은 명산경관지구의 산이다. 불갑산은 불국토 도량, 국가 기우제 명산, 생태계 보고 등이 기반이 되어 2019년 1월 10일 자연공원법에 따라 도립공원(육상공원)으로 지정되었다. 공원의 위치는 전남 영광군 불갑면, 묘량면 일원이며, 면적은 7,004㎢이다. 용도지구는 공원자연보존지구(3.479㎢), 공원자연환경지구(3.406㎢), 공원문화유산지구(0.119㎢)이다. 공원 구역 가운데 3.53㎢ 면적이 불갑사 소유로 전체 공원구역의 50.4%에 이른다. 불갑산=불갑사의 역사성과 진정성을 함께 확인할 수 있다. 공원문화유산지구(0.119㎢)는 불갑사 권역이다. 조선후기의 학자 노사 기정진은 “해불암에서 판상의 운을 사용하여〔海佛庵用板上韻〕”, “불갑산에서〔佛甲山〕”, “연실봉에서〔蓮實峯〕” 등의 시를 남기는데, 해불암은 불갑사의 암자, 연실봉은 불갑사의 봉우리이다. 이처럼 불갑산은 문인들의 유산처가 되는 문화공간 명산이었다. 다섯째, 불갑사는 보물 대웅전 등 불교 사회·문화의 중요 정보를 보유하고 있고, 고려시대 왕사의 하산소 등 장소로서의 역사성이 있고, 고려의 왕사 각진 복구 등 인물로서의 역사성이 있고, 백제 창건 연기 이래 현재까지 불교도량 정주공간으로 진정성이 이어진다. 그리고 불갑사 가람은 참식나무숲이 외호수림 구실을 하고 있어 명찰 구성요소로서의 완전성을 유지하고 있다. 보존관리의 차원에서 보면 도립공원이 지정(공원 구역 7,004㎢)되어 있고 불갑사 권역은 공원문화유산지구(0.119㎢)로 용도구역이 설정되어 있다. 공원구역의 50.4%는 불갑사 소유의 종교용지이다. 천연기념물 영광 불갑사 참식나무 자생북한지의 지정구역은 3,034,016㎡이다. 이처럼 불갑산 불갑사일원은 중첩적으로 구역화 되어 있어 불갑산 권역의 명승 지정과 구역 설정은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상에서 본것처럼 불갑사 산지 일원은 불국토 도량의 산이라는 점, 국가 기우제의 명산이라는 점, 생태계 보고의 산이라는 점, 명산경관지구의 산이라는 점, 그리고 불갑사는 불교 사회·문화의 중요 정보를 보유하고 있고, 고려시대 왕사의 하산소 등 장소로서의 역사성이 있고, 고려의 왕사 각진 복구 등 인물로서의 역사성이 있고, 백제 창건 연기 이래 현재까지 불교도량 정주공간으로 진정성이 이어지며, 불갑사 가람은 참식나무숲이 외호수림 구실을 하고 있어 명찰 구성요소로서의 완전성을 유지하고 있는 등 역사문화경관 지구 명승으로 지정할만한 역사적, 학술적, 경관적 가치가 충분하다고 판단된다.” 이처럼 ‘사적’으로 시작하다가 ‘명승’에 먼저 다 달았다. 앞에서 본 고찰 산사들처럼 ‘사적’으로 또 나아가야 할 것이다.
* 참고문헌 · 영광군 불갑사 불교문화재연구소, 『영광 불갑사 사적 지정을 위한 학술조사 보고서』, 2022.
· 문화재위원회, 『2024년도 문화재위원회 제1차 천연기념물 분과 위원회 회의록』, 2024. 1. 24. 글쓴이 김희태 전 전라남도 문화재전문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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